스스로를 방에 가둔 은둔·고립자를 도우려면··· 민간 지원기관 뭉쳤다
“지원 프로그램은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조력자 신뢰 기반, 장기·지속적 지원해야”
정부가 올해부터 은둔·고립청년 지원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가운데 은둔·고립자를 지원해온 민간 기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 기관들은 은둔·고립 예방 정책을 비롯해 사회적 인식 개선까지, 은둔·고립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당국의 협력자이자 감시자로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광주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비롯해 나는청소년(서울 노원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씨즈, 지엘청소년연구재단, 파이나다운청년들, 일하는학교, 한빛청소년재단(송파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 8개 기관은 30일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에서 ‘한국 은둔·고립자 지원기관 협의회’(은고협) 창립 총회를 열었다.
은고협은 창립 선언문에서 최근 초등학생부터 중장년까지 은둔·고립자가 늘고 있다면서 “은둔·고립이 무엇인지, 왜 일어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당사자는 스스로 감옥에 갇혀 자기와 세상에 대한 혐오와 불신의 벽을 두텁게 쌓아올렸다”고 했다. 이어 “가족들 또한 이 상황에 대한 절망과 분노, 수치심에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이웃들과 분리되어 갔다”고 했다. 은고협은 은둔·고립자를 ‘범죄자’나 ‘게으른 사람’ 등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며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은고협 첫 이사장으로 선출된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열린 제1회 포럼에서 ‘은둔·고립 이슈의 정책 동향, 쟁점 및 방향’을 발표했다.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8~34세 인구 중 은둔형 외톨이 발생 비율은 2.15%(23만4788명)로 추정됐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9~34세 인구의 5.0%(약 54만명)가 고립(은둔은 24만4000명)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간 민간기관 및 지자체 단위에서 은둔·고립자 지원을 해왔으나, 올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정부는 올해 전국 4개 광역 시·도에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해 은둔·고립청년을 발굴·지원한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도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윤 이사장은 “대인관계 문제 등을 겪는 10대라면 예방과 장기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20대 이후 취업 좌절에 의한 은둔·고립이라면 사회 편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은둔·고립 계기나 기간·정도 등에 따라 맞춤형 정책을 주문했다.
윤 이사장은 또 “은둔·고립자에 프로그램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핵심은 접촉 노력을 통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은둔·고립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또 공공(정부·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지원 사업을 시작한 후라도 민간기관이 위축되지 않고 협력적 체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 첫 은둔자 지원기관인 광주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의 백희정 사무국장은 “은둔 외톨이 당사자들을 만나보니, 실제 당사자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동력으로 지원기관(조력자)과의 신뢰관계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더라”면서 “‘1년짜리 프로그램’ 이렇게 딱 기간이 정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당사자들이 ‘천천히 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백 사무국장은 “많은 은둔·고립자들이 여러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전문인력을 어떻게 지원기관에 배치할 것인지, 아니면 유관기관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앞으로 은둔·고립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지원을 했을 때 사례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지, 재고립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사례 관리의 종결 기준은 무엇으로 해야할지 등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고협은 앞으로 연속 포럼을 열어 은둔·고립 관련 주요 현안을 정기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2131643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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