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려 금·은 재활용”…귀금속 회사의 선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박병수 기자 2024. 1. 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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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재활용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덴마크의 귀금속 장신구 회사로 세계 최대 규모인 판도라는 최근 자사 장신구 제품에 100% 재활용 금과 은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보석 장신구 회사들의 귀금속 재활용 선언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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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귀금속 제련 업체 MKS PAMP가 스위스 카스텔산피에트로 공장에서 재활용 공정으로 생산한 금과 은. 2023년 12월 4일 촬영. 귀금속 장신구 업체 판도라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귀금속 재활용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그러나 귀금속 재활용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일고 있다.

덴마크의 귀금속 장신구 회사로 세계 최대 규모인 판도라는 최근 자사 장신구 제품에 100% 재활용 금과 은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최근 많은 기업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뤄진 중요한 조치이다.

귀금속 재활용이 적극 이뤄지면 귀금속을 땅에서 캐내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된다. 판도라는 세계금협의회(WGC)의 자료를 인용해 금을 재활용하면 금을 광산에서 캐내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99%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도 재활용하는 쪽이 광산에서 채굴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66%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판도라 대표 알렉산데르 라시크는 “우리는 선례가 되고 싶다”며 “우리가 금과 은의 재활용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면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귀금속 재활용은 판도라가 처음은 아니다. 프라다와 모니카비나더 등 몇몇 업체도 이미 재활용 귀금속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석 장신구 회사들의 귀금속 재활용 선언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뉴욕의 보석기업 감시 단체 ‘보석감시위원회’의 대표 티파니 스티븐스는 “재활용이란 용어는 대부분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에 관한 한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우선 귀금속은 값비싼 재료로 오래 전부터 재활용되어 왔다. 금을 녹여서 새로 장신구를 만드는 일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재활용 귀금속은 출처가 정말로 폐기물에서 회수된 것인지 명확히 확인되지 않으면 오히려 소비자를 오도할 여지가 크다. 이런 이유로 보석감시위원회 등 몇몇 시민단체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보석류 제품에 재활용이란 용어의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따라 연방거래위원회는 올해 안에 이를 반영한 환경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발표할 예정이다.

재활용 은이 스위스 귀금속 제련업체인 MKS PAMP의 카스텔산피에트로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모습. 2023년 12월 4일 촬영. 귀금속 장식업체 판도라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재활용 귀금속이란 용어는 또 귀금속의 원산지를 흐리게 하는 위장막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재활용이란 말 뒤에서 이뤄질지도 모를 어린이 노동이나 범죄 조직의 강제 노동 같은 부당한 현실을 가리는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장 세력이 현지 민간인의 노동력을 착취해 다이아몬드를 캐낸 뒤 이를 내다 팔아 전쟁을 계속 수행하는 ‘피의 다이아몬드’가 재활용이란 언어 뒤에 숨어 유통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판도라 같은 업체가 귀금속 재활용을 선언하며 탄소 발자국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금과 은 같은 귀금속 광산의 채굴은 줄어들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는 귀금속 재활용이 탄소 발자국 감소에 별다른 이바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판도라에 재활용 귀금속을 제공하는 한 스위스 업체는 “우리는 우리 제품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다 안다”며 “(그럼에도) 리스크 제로는 없고, 다만 우리는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도라는 해마다 재활용 귀금속에 1천만 달러(132억원)를 지출할 계획이다. 이는 광산에서 채굴하는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이에 대해 판도라 관계자는 “그럼에도 우리는 그 비용을 기꺼이 감수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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