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410만원 번다... 아무도 안 알려주는 퇴직연금 꿀팁

이경은 기자 2024. 1. 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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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0.2~0.5% 수수료도 쌓이면 큰돈
모르면 호구됩니다... 갈아타야 0원
[왕개미연구소]

“연금 기사는 나올 때마다 다 읽어서 전부 아는 것 같은데, 돌아서면 까먹네요.”(50대 회사원 정모씨) “퇴직금 받으려면 IRP가 필요하고, 2개 이상 만들어놔야 좋다는데 왜 그런가요?”(40대 회사원 이모씨)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최고의 선물이지만, 노후 대비 목적에서 가입하는 절세 통장이라는 정도로만 막연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IRP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해당 상품의 특징과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운용해야 한다.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잘 모르는 ‘IRP 활용법’에 대해 상·하편으로 나눠 살펴본다.

2015년만 해도 IRP 적립금은 10조9000억원이었지만, 2022년 말에는 57조6000억원으로 428% 늘어났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수수료도 쌓이면 큰돈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IRP에 가입했는데, 수수료가 왜 이렇게 비싼가요?”

지난 2015년 IRP에 가입해 차곡차곡 은퇴 자금을 쌓아왔던 50대 김 부장. 최근 금융회사 창구에서 ‘IRP 거래내역서’를 출력해서 살펴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매년 초 자산관리·운용수수료 명목으로 적립액의 0.3%씩 현금이 꼬박꼬박 빠져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금융회사에서 딱히 상품 관련 조언을 받은 적도 없고 내가 스스로 공부해서 셀프 운용하는데, 왜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심지어 수수료도 총 적립금에 부과되어서 내 잔고가 불어날수록 금융회사 몫(수수료)은 덩달아 더 커지고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IRP에 가입 중인 투자자라면, 수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수수료 부담이 크면, 그만큼 나중에 내가 받을 연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IRP 수수료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김 부장처럼 ‘거래내역서’를 뽑아서 확인해도 되고, 고객센터에 전화로 물어봐도 알려준다.

IRP 운용 수익률이 높다면 ‘수수료 몇 푼쯤이야’ 하고 기분 좋게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선 IRP 적립금의 65%(2022년 기준)가 예·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서 잠자고 있다. 고수익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IRP는 퇴직 이후 연금 생활자가 되어서도 유지해야 하는 초장기 상품이다. 당장은 수수료가 미미해 보여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더하면 큰 돈이 된다. 나중에 금융회사 배만 불려줬다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으려면 수수료를 꼭 확인해 보자.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김부장 410만원 vs 이부장 0원

만약 김 부장이 IRP 수수료를 아끼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021년부터 일부 금융회사들이 IRP를 비대면(온라인·모바일 등)으로 개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총 19개 금융회사(6개 은행, 13개 증권사)의 비대면 IRP 수수료가 제로다.

금융당국이 IRP 계좌 수수료를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회사 창구에서 IRP에 가입한 김 부장이 1억3000만원을 10년간 굴리면서 내야 할 수수료는 총 410만원이다. 하지만 증권사 앱에서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한 이 부장은 똑같은 금액을 운용해도 수수료가 없다.

만약 김 부장이 옆부서 이 부장처럼 기존 IRP 계좌의 수수료를 면제받으려면, 금융회사를 갈아타야 한다. 수수료가 비싼 곳에서 수수료가 0원인 곳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이를 ‘연금 이전’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이사할 수 있어 편해졌다. 참고로 ‘연금 이전’은 중도 인출이 아니기 때문에 세제상 불이익은 없다.

그런데 ‘연금 이전’은 반드시 그 동안 적립한 돈을 전부 현금으로 바꿔 놓은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가령 IRP에서 5년짜리 고금리 예금에 가입 중인데 ‘연금 이전’을 하려면, 만기 전에 예금을 깨고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현금화하고 ‘연금 이전’까지 진행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잡힌 고기 신세 벗어나려면

만약 IRP에서 운용 중인 금융상품들이 많아서 중간에 깨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계좌 전환’을 고려해 보자. 금융회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면 계좌를 비대면 계좌로 갈아타는 것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고객을 놓치지 않으니까 이득이다.

우리은행이 작년에 업계 최초로 ‘계좌 전환’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해 수수료가 비싼 IRP 계좌를 비대면 계좌로 클릭 한 번에 갈아탈 수 있다. 우리은행 앱인 ‘우리WON뱅킹’에서 IRP 계좌를 조회한 후 ‘My퇴직연금관리→수수료 없는 계좌로 변경하기’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우리나라 대다수 IRP 가입자들은 은행에서 돈을 굴리고 있다. 2022년 기준 IRP 적립금의 66%는 은행에 있고, 증권사 비중은 28% 정도다./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미래에셋증권에서도 IRP 계좌 전환이 가능하다. 지점 창구 직원들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업무여서 잘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지만, 수수료가 비싼 대면 IRP 계좌를 수수료가 공짜인 비대면 IRP 계좌로 갈아탈 수 있다(직원이 안 된다고 하면 이 기사를 클릭해 보여주자).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우리은행처럼 온라인에서 즉시 처리는 불가능하고, 고객이 지점에 한 번은 방문해야 한다. ‘연금계좌 이체신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한 뒤에 본사에서 승인이 나면 비대면 IRP 계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기존 대면 IRP 계좌에 있던 상품들이 그대로 새 비대면 계좌로 옮겨진다. 본사 승인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IRP 계좌가 ‘1회사 1계좌’ 원칙이어서 중복 개설이 안 되기 때문이다.

‘계좌 전환’ 서비스는 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한 제도이지만, 일부 금융회사에선 불가능하다. 가만 있으면 수수료 수입을 짭짤하게 챙길 수 있는데, 굳이 소비자가 수수료가 공짜인 비대면 IRP 계좌로 쉽게 갈아타게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서일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불편하더라도 IRP 적립금을 전부 현금화해서 다른 금융회사로 과감히 갈아타거나 혹은 금융감독원에서 IRP 계좌 전환 서비스와 관련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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