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3억 SF 야수 1위' 이정후, 드디어 미국 출국한다…증명의 시간이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정후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30일 '이정후가 다음 달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한다'고 알렸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에 도전했고,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503억원)에 계약하면서 놀라움을 안겼다.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1, 보스턴 레드삭스)의 아시아 타자 역대 최고액을 갈아치우는 기록이었다. 요시다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1197억원)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아시아 야구 최고 대우로도 부족해 올해 샌프란시스코 야수 연봉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에 도착하면 왜 샌프란시스코가 이런 대우를 약속했는지 이정후는 하나하나 증명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정후는 곧바로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로 이동해 시차 적응과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 투수와 포수조 훈련일은 다음 달 16일, 야수 합류로 전체 선수단이 훈련하는 첫날은 다음 달 21일이다. 이정후는 20일 정도 일찍 미국에 도착해 샌프란시스코와 함께하는 첫 스프링캠프까지 몸 상태를 더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일찍 도착해 있는 다른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샌프란시스코 팀 문화에 녹아들 준비를 한다.
이정후가 1억 달러 넘는 대형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양키스 등 빅마켓 구단들이 영입을 고려해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올겨울 FA 최대어였던 투타 겸업 스타 오타니 쇼헤이(30)에게 10년 7억 달러(9309억원)를 베팅했다가 좌절했다. 오타니가 똑같은 조건을 제시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LA 다저스와 손을 잡았기 때문.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를 놓친 상실감이 크기도 했지만, 꾸준히 중견수 보강을 노려왔기에 이정후는 입맛에 딱 맞는 카드였다. 경쟁이 붙으면 가격이 오르는 게 시장의 이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경쟁에서는 지지 않기 위해 이정후의 예상 몸값 5000만 달러(약 665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해 목적을 달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통역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고, 1년에 퍼스트클래스 항공권 2장과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6장 등 왕복 항공권 총 8장도 함께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선수에게는 전례가 없었던 화끈한 지원이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더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이정후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주목할 중견수로 꼽히고 있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는 매년 1월 ‘현시점 최고 선수 TOP 100’ 랭킹을 발표한다. 포지션별로 선수 10명을 선정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포지션을 아우르는 랭킹을 공개한다. 지난 26일(한국시간)에는 중견수 랭킹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 자체 프로젝션인 ‘슈레더’ 시스템으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거친 결과다.
중견수 랭킹 1위는 뉴욕 양키스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애런 저지가 차지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견수 랭킹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4위까지 떨어진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2위는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3위는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화이트삭스), 5위는 마이클 해리스 2세(애틀랜타), 6위는 제임스 아웃맨(다저스), 7위는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8위는 세드릭 멀린스(볼티모어), 9위는 TJ 프리들(신시내티), 10위는 브랜든 마시(필라델피아)가 차지했다. 이정후는 당연히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데이터가 없는 선수라 컴퓨터는 예측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이정후는 대신 메이저리그 네트워크 패널들의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에 관여한 사라 랭스, 마이크 펠트리엘로, 빈스 젠나로 등 3명의 패널은 모두 중견수 상위 10명 안에 이정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랭스는 이정후를 6위, 페트리엘로와 젠나로는 이정후를 10위로 선정했다.
미국 언론과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 등 이정후의 올 시즌을 예측한 결과를 살펴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정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면서 통산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을 기록했다. 국내타자 역대 1위 성적이다. 19살 루키였던 2017년에도 0.324(552타수 179안타)를 쳤던 천재 타자가 바로 이정후다. 미국은 KBO리그를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 사이 정도의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정후가 지난 7년 동안 성적으로 증명한 콘택트 능력만큼은 높이 사고 있다. 또 삼진이 적고 볼을 잘 골라내는 선구안도 메이저리그 정착에 큰 도움이 되리라 바라보고 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 시스템)를 활용해 이정후가 올해 타율 0.288를 기록할 것으로 바라봤다.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보면 빅리그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높은 타율이다.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면 이정후의 발목 상태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도중 발목을 크게 다치면서 후반기를 다 날려야 했다. 주력이 중요한 외야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정후는 잘 회복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메디컬테스트 등을 거쳐 이정후가 건강히 좋은 수비를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1억 달러 넘는 돈을 쾌척했을 것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올 시즌을 구상하면서 이정후를 1번타자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게 1번타자를 맡길 것이냐는 미국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안 될 이유를 모르겠다. 팀이 이정후를 영입한 뒤 몇 가지 라인업을 구상해봤다. 모든 경우에서 이정후는 1번타자였다. 1번타자 기용은 이정후가 편하게 느끼는 일이고, 예전에 해봤던 일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멜빈 감독의 구상대로 이정후가 시범경기에 기량을 증명한다면 1번타자 중견수로 데뷔 시즌을 맞이할 예정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톡톡 튀는 성격에도 반한 상태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개성이 넘치는 선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일원이 되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 그점이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우리 선수들도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그가 원했던 팀이고, 그가 함께 하고 싶었던 팀이다. 이정후가 우리 팀에 와서 정말 기쁘다. 오프시즌이 시작되고 얼마 안 지나서 이정후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정말 원하는 선수라는 얘기를 했었다"고 밝히며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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