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했다고 88세 할머니 소환조사…마을주민 “반인권 수사”
주민들 “공권력으로 겁박...항의 못하게 하려는 것”
“흉악범도 중대범죄자도 아닌데, 구순을 앞둔 노인을 기어코 불러다 겁을 줘야겠습니까.”
경북 성주경찰서 앞에서 30일 강현욱 사드철회 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이 이같이 외쳤다. 강 대변인 옆에는 경찰 조사를 앞둔 도금련 할머니(88)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할머니 주위에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과 사드철회평화회의 등 사드반대 단체 30여명이 ‘88세 주민 경찰 소환 규탄한다’ 등의 대형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반인권적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앞서 사드 반대 집회에 참석한 도 할머니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할머니가 지난해 5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석하며 도로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일반교통방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소성리 평화행동’이란 이름으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7년째 이어가고 있다. 매주 특정 요일을 정해 오전 6시30분부터 마을회관 앞 도로에 모인다. 경찰은 집회 도중인 오전 7시20분쯤 해산 명령을 한다.
사드 배치 초기에는 경찰과 주민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이제는 물리적 충돌은 거의 없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경찰이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 전에 스스로 걸어서 나올 때가 많다.
주민들은 7년 동안 소성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경찰이 굳이 연로하신 어르신에게 ‘형법’을 운운하며 경찰서로 불러 겁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강 대변인은 “집회 중에도 경찰의 부식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갓길을 열어둔다. 경찰의 해산 조치에도 집회참가자들은 어떠한 폭력행위도 시도하지 않는다”며 “(도 할머니의 소환조사는)사드기지 안정화와 원활한 미군 통행을 위해 공권력으로 소성리 주민을 겁박해 항의 행동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경찰이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등 마을 사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서면조사나 출장조사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경찰은 조사 대상자가 건강이 좋지 않거나 경찰서 출석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 소환조사 대신 출장조사를 종종 한다. 도 할머니가 사는 마을에서 성주경찰서까지는 15㎞다. 차로는 20~30분, 버스를 타면 50분이 걸린다.
도 할머니는 “마을을 위해 함께 (집회에)나왔는데 아흔살이나 먹은 노인을 왜 이렇게 조사하는지 모르겠다”며 “자기 부모 같으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울먹였다.
경찰은 2022년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주민과 사드반대 단체 활동가 등 30여명을 조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재판에 넘겨졌다. 주민들은 불법적으로 사드를 배치한 미군과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 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도 할머니의 일정을 고려해 출석 날짜를 잡았고 경찰의 출석 요구에 할머니가 직접 응했다고도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경찰이 나오라고 하니 어르신이 나간다고 한 것 아니겠느냐”며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심이 있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전자파 관련 측정 최댓값이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낮은 ㎡당 0.018870W(와트)로 인체보호기준(㎡당 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에 주민과 사드철회평화회의 등은 정부가 사드 레이더 장비의 출력과 측정값 간 관계를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측정값만 나오는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연방 관보에 게재한 내용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 관보에는 사드 레이더가 탐색·감시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매우 짧은 시간 방출되지만, 추적·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계속 노출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자파 측정 당시 사드 레이더의 모드와 방출되는 전자파 출력값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단체 측에 전달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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