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축구 선전, 비결은 피지컬 성장에 있다[스경X도하]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으며 기존 아시아 축구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적극 발굴, 영입하고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덕분이다.
이번 대회에 앞서 동남아시아축구연맹(ASEAN)이 공개한 24개국 대표팀의 평균 신장을 보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179.65㎝로 11위,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는 178.92㎝로 16위에 각각 올랐다. 아시아에서 가장 체격 조건이 좋은 이란, 유럽 국가들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호주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지만, 과거 동남아 국가 하면 떠올렸던 이미지에 비하면 체격 조건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유럽 국가 피가 섞여 체격 조건이 좋은 이중국적 선수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187㎝ 수비수 저스틴 후브너, 186㎝ 미드필더 이바르 제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지만,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선택해 들어왔다.
후브너는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21세 이하(U-21) 팀 소속으로 제공권,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위트레흐트(네덜란드) 21세 이하(U-21) 팀에서 뛰는 제너도 좋은 피지컬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으며, 빅리그에 도전할 만한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신태용 감독은 “나의 눈높이는 동남아가 아니라 아시아에 맞춰져 있었다. 피지컬이 좋지 않으면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며 이 선수들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베트남은 평균 신장 175.38㎝로 대회 참가국 중 가장 키가 작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일본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내 눈길을 끌었다. 득점을 올린 응우옌 딘 박(꽝남), 팜 뚜언 하이(하노이)는 일본 수비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걸며 괴롭혔다.
피지컬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동남아 축구가 넘어야 할 산은 피지컬 열세다. 베트남은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일본전 선전은 그나마 피지컬이 상대적으로 약한 일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에 진출한 인도네시아도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탈아시아급’ 피지컬 호주에 밀리며 도전을 멈췄다.
도하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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