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제 인생의 모든 것… 사는 게 곧 건축"
올해 충남대 건축학부 설립 70주년… 총동문회장 맡아
"선·후배 연계 동반성장… MZ세대 학번들도 함께할 터"
김양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수석부회장
대담=이권영 충남취재본부장
충남 청양군, 김양희 충남대학교 건축학부 총동문회장의 '일터(김양희건축사사무소)'다.
그는 지난 1995년 선배와의 인연으로 고향인 대전을 떠나 연고도 없던 타향에서 자리를 잡아 30여 년 동안 주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왕성한 사회활동은 충청권을 넘나든다. '작은 거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김 총동문회장은 충남대학교 건축공학과(1989년)와 산업대학원(2005년)을 졸업한 베테랑 건축사다. 6년 전 회원 600여명 가운데 여성건축사는 10% 안팎인 충남건축사회장으로 뽑혔을 때는 '도내 15개 시군 중 가장 작은 지역에서 처음으로 여성건축사가 회장이 됐다'는 소식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8-2020년 제27대 대한건축사협회 충남건축사회 회장에 이어, 2019-2023년에는 초대 충남도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지금은 충남대 건축학부 총동문회장에 더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충남대 건축학부 총동문회장 임기가 다음달 1일 시작한다.
"오상근 전 총동문회장님이 73학번이신데, 제가 85학번이어서 12년 밑으로 내려왔다. 그동안 국장, 사무처장, 부회장 등 총동문회 일을 오래 했지만 부담이 많다.총동문회 안에 재직교수, 건설사, 공무원 등 소규모 모임이 많다. 서로 연계돼야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앞으로 이 조직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또 총동문회 전체일정은 정기총회, 건축전시전, 졸업한 지 30년 된 선배들을 모셔 후배들과 만남을 갖는 홈커밍데이, 건축답사, 송년회를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려 한다."
-올해가 충남대 건축학부 설립 70주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70주년 행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왜냐면 20년 전 동문을 바라보는 시각과 현재 동문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많이 다르다. MZ세대 학번들을 연결해 연대감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70주년 때는 컨벤션에서 박람회하는 것처럼 건축부스를 설치하려 한다. 후배들은 졸업하면 건축사 아니면 건설회사 아니면 공무원 등 세 군데 루트밖에 모르지만, 건축과를 나온 친구들이 변호사, 치과의사, 조명회사 등 굉장히 많은 분야에 퍼져 있다. 각각의 조직에서 역할을 하는 동문들이 부스를 설치해 홍보를 하며 후배들한테 '야 이런 곳도 건축과 나오면 갈 수 있어'라는 것을 알려주고, 후배들은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충남건축사회 회장에 이어 초대 충남건축사협동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건축사협동조합'이 생소한데.
"충남에는 인증, 공사, 설계 적정성 등과 관련해 협업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 대부분이 서울이나 경기에 있다. 대전도 거의 없다. 전체 건축사 중 건축구조기술사는 10%도 안 된다. 이마저도 천안에만 몇 분이 계시지 나머지 지역에는 거의 없다. 협력업체들은 더 없어 서울(업체)이나 대전(업체)하고 조인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지면 단가 면이나 여러 부분에서 이득이기 때문에 '내가 해보자'고 해 1년 반 정도 걸려 협동조합을 만들어 3년 동안 이사장을 했다. 협동조합 맨 마지막 사업은 '설계프로그램'이다. 감리비는 평당 얼마씩 부동산협회에서 공시되는 금액이 있었지만, 설계비는 IMF 이후부터 급락만 했지 올라가지 않았다. 감리처럼 설계프로그램에만 들어가면 설계비가 딱 나올 수 있게, 해마다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만큼만 설계비가 올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건축사 입장에서는 감리도 중요하지만 설계가 훨씬 큰 포지션이다. 이처럼 건축사들이 무언가 필요할 때는 협동조합에 전화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했다."
-현재 15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 수석부회장도 맡았다. 10여 년 동안 대외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첫 시작이 충남건축사회 여성위원장이었다. 10년 넘게 하면서 바자회 같은 것을 열어 수익이 나면 노인주거를 돕자했다. 충남건축사회 일을 할 때 '이걸로 인맥을 넓혀 내 사업에 도움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가 맡은 역할이 있다면 어떻게 서로 상생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봉사할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 총동문회도 마찬가지다. 15-16년을 사무처장, 부회장으로 일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선후배들을 만나 동문들에게 유익한 것을 만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였다. 젊은 친구들이 저에게 '어떻게 하면 사업을 잘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자기 사업과 연관되는 걸 다 빼고 순수하게 사람들을 만나라. 그러다가 보면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게 되더라'고 얘기한다."
-김태흠 지사가 대형화재로 전소한 서천특화시장과 관련해 "100년, 200년이 지나도 명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안전은 기본으로 시장 특수성을 살리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먼저 너무 안타깝다. 피해를 입은 상인분들께 위로를 전한다.지금은 물건을 사고 파는 개념만으로 시장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안전은 기본이다. 사전기획을 상인들과 연계해 서천의 문화적인 특성 등 어떤 아이디어를 넣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것을 콘셉트로 건축형태가 나올 수 있다.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 의견도 중요하다. 그들은 시장이라는 한 공간만을 보는 게 아니라, 서천의 인구밀도와 얼마만큼 사람들이 왕래하는지 등 지역전체를 본다. 이를 통해 홈플러스나 이마트처럼 대형마트 형식이 좋은지, 기존처럼 자연스러운 형식이 좋은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템과 고견을 가진 분들이 첨언하면 좋은 시장의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이나 일방적인 목소리는 배제돼야 한다."
-우리나라 건축발전을 위한 제안은.
"헌법은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한 법이다. 그렇다면 하위법도 과연 국민에게 어느 정도 소용이 있는 가를 따져 바꿔야 하지만, 여론 등에 의해 너무 쉽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화재가 나면 '다 외장재를 불연재로 해' 이렇게 한다. 현장여건을 봐야하는데도 불연재료 외장재가 있는 지 파악하지 않고 법을 바꾼다.더 국민 입장에서 모든 것들이 시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건축'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건축은 제 인생에서 거의 모든 걸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오면 거기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아 '두통거리' 같지만, 해결했을 때 오는 기쁨은 굉장히 크다. 제가 디자인한 건물들을 잘 사용하면 그것처럼 또 즐거운 게 없다. 저에게는 살아가는 모토이기도, 살아가는 기반이기도 하다. 제가 사는 게 건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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