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세포막 뚫는 유해 물질' 걸러내지 못한 환경부, 법적 책임은?
지난 1월 11일 가습기살균제 항소심 형사 공판 판결에서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질환 인과관계가 확인되면서 옥시, SK케미칼, 애경 산업 등 참사에 연관된 주요 기업들의 책임이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반면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국가가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입니다. 국가 배상 책임을 묻는 손배소 청구가 여러 건 있었습니다만, 모두 1심에서 패소 판결이 났습니다.
가습기살균제 국가 책임, 1심 때는 어땠나?
이밖에도 원인 미상 폐질환 발생 이후 신속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영유아 사망을 방치했다는 점 등도 있지만, 관건은 최초 제품 출시했을 때 원인이 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시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피해자 측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의 첫째와 둘째 기각 사유는 국가 배상 책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사유 : "원고들이 제출한 대부분 증거는 신문기사이거나 보도자료로 구체적으로 원고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
"주의 의무 소홀히 한 국가 과실, 인정 어려워"
쟁점이 됐던 최초 제품 출시 때 유해성 심사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이 설시했습니다.
"지난 2003년 환경부 환경과학원이 PGH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한 결과 급성경구 독성이 낮고 피부와 눈에 자극성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도 아니며 돌연변이 유발 물질도 아니어서 유독물 또는 관찰 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했는데, 이는 당시 유해물질의 정의나 기준 등에 비춰 피고 대한민국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공산품안전법에 의하면 가습기살균제는 '세정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대상 공산품에 해당해 그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해당 공산품이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스스로 확인한 후 신고하도록 돼 있으나, '살균제'로 판매될 경우에는 자율안전확인 및 신고의무를 제조업자에게 강제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공산품안전법에 따라 신고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의 성분 및 그 유해성을 화인해야 할 의무나 이를 확인할 제도적 수단이 없었다."
당시 재판부는 또 다른 피고였던 가습기살균제 세퓨 측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즉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 세퓨 제품과 관련해서 피해 발생은 업체의 책임일 뿐 정부 잘못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세퓨뿐 아니라 여러 건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국가책임 소송에서 이 같은 논리로 국가 책임이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1심 판결이 난 게 2016년 11월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8년 3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고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조사 대상이 됐죠. 3년 9개월간 각종 조사활동을 벌인 뒤 2022년 9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종합 보고서'란 이름의 결과물을 내놓게 됩니다.
국가 책임 항소심에서 새로 드러난 증거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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