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CES 2024로 본 AI 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CES'는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다.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비롯한 전시장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온 4000개 이상의 참가기업, 그리고 14만명 이상 참관자들의 혁신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CES 주관기관인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TA) 설립 100년째를 맞아 열린 이번 CES 2024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선언 이후 첫 번째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됐던 만큼 전 세계 언론과 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번 CES 2024는 지난 1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의 확장판이었다.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영역에 AI가 침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존 토머스 켈리 CTA 부사장 겸 CES 쇼 디렉터도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로 AI를 꼽았다. 교통과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홈 같은 카테고리도 중요하지만, AI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모든 전시의 중심에 AI가 자리했다. 이미 AI 활용도가 높은 가전과 자동차는 물론이고 뷰티와 쇼핑 등 AI를 수단으로 하는 산업군이 무한하게 뻗어 나가고 있다.
삼성과 LG 등 글로벌 가전사들은 TV, 냉장고 등 실제 제품보다 AI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그것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주력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테마로 전체 전시장을 구성했고, 제품보다 AI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AI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빨라지는 추세다. 독일 최대 기술 기업 중 하나인 지멘스는 AI를 적용한 산업용 확장현실(XR) 헤드셋 개발을 위해 일본의 소니와 손을 잡았다. BMW는 운전자를 지원할 생성형 AI 탑재를 위해 아마존과 협력에 나섰고, 소니 혼다 합작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닛산과 링컨은 구글과 파트너십으로 진일보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으로 현대차·기아 차량 내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터치하거나 음성으로 명령하면 집에 있는 전자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게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반도체, 에너지관리 솔루션 등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전시장과 기조연설은 AI 세일즈의 장이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와 AI 서버를 겨냥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군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은 AI 어시스턴트 서비스인 '에이닷'을 전시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장비 운영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무인 자율 작업 AI 플랫폼을 소개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시리즈 등 모바일부터 차량, 노트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온디바이스 AI를 겨냥한 전략을 발표했다.
과거 AI는 컴퓨팅 기술 분야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AI가 컴퓨팅을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 됐다. 그러다 보니 AI가 없는 기술은 없는 시대가 됐다. CES 2024는 AI가 산업의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을 공표하는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혁신 기술들을 선보인 'K스타트업'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다수의 K스타트업이 정부와 기업 등의 전폭적 지원 속에 AI부터 헬스케어, 외식산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관람객을 사로잡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품들을 소개하며 글로벌 진출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는 'CES 2024'에 마련된 통합한국관이 해외 바이어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 32개 기관, 443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통합한국관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보쉬의 AI 자회사인 AI쉴드 최고경영자 마녹쿠마르 파르마르 등 글로벌 기업 주요 인사의 방문이 잇따랐다.
통합한국관에 참여한 6개 기업은 현장에서 800만달러(약 105억원) 규모의 공급계약, 기술제휴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OTRA는 이번 CES 통합한국관에서 최종적으로 약 1억20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성과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다.
CES에는 불참했지만, 국내 기업 먼슬리키친의 먼키는 전국의 지역 맛집과 유명 외식브랜드로 구성된 맛집편집숍에 IT, AI 시스템을 접목한 차세대 외식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AI 수요예측서비스는 외식사업자를 위한 O2O 외식비즈솔루션이다. 먼키에 입점한 매장별 매출패턴과 주변 환경을 분석해 내일, 모레, 일주일의 판매수량, 매출, 시간까지 예측한다. 시간대별 메뉴 수요 매출을 예측을 최대 98% 확률로 제공해준다. 이를 통해 식자재를 30%까지 절감 할수 있고, 주문이 많은 시간대 메뉴를 미리 준비해 주방 조리 효율성의 극대화가 가능하다. 또 적재공간, 냉장설비, 전기료 등 재고관리를 위한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고객의 기다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강남역, 시청역, 분당 수내역 등 수도권 핵심상권에 6개 지점, 130여개 식당을 운영 중이다. 또 주문앱, 테이블오더, 키오스크, 포스를 하나로 통합한 매장운영올케어 솔루션 먼키오더스를 자체 개발 론칭, 국내 가맹사업 확장, 미국 뉴욕 진출 등 먼키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AI 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AI가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먼저 AI의 개념 재정립과 환경 조성 등에 나서야 한다. AI가 이끌 기술 발전도 중요하지만 AI가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왜 해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혁신 기술 경연 무대인 CES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 앞으로 혁신 제품 기술 개발과 해외 마케팅을 적극 지원해 AI 관련 글로벌 기업이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혁균 먼슬리키친 대표 hkkim@monki.net
〈필자〉김혁균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 및 디지털 기업 경영전문가다. 서울대 인류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 옥션(현 이베이코리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글로벌 컨설팅 기업 전략 컨설턴트를 거쳐 레인콤(아이리버)과 효림그룹에서 대표를 역임했다. 2011년부터 온라인 B2B 패션몰, 온라인 헬스케어 전문몰(건강기능식품) 등 온라인 사업을 운영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 만으로는 이들을 구제하기 역부족이라는 문제의식으로 먼슬리키친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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