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태원법 거부권 행사…與 "독소조항 제거시 합의 가능"

민동훈 기자 2024. 1. 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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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의정부제일시장을 찾아 물건을 살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의힘이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독소 조항이 제거되면 합의 처리할 수 있다"며 야당을 향해 재협상을 거듭 요구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특별)법안 자체가 조사위원회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여러 독소조항이 있고, 국회의장이 중재해서 여야 협상이 90% 가까이 이뤄진 안하고도 훨씬 동떨어진 안이기 때문에 재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일방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지 2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횟수로 5번째, 법안 수론 9번째다.

한덕구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은 공정한 조사위 구성이 되지 않고, 조사위에 과도한 권한이 예정돼 있다"며 "우리 당은 법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피해자를 구할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는 단계다.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은 핼러윈을 앞둔 주말이었던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으로,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재탕, 삼탕, 기획 조사 우려가 있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 제53조에 근거한다.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헌법 가치에 반하는 법안,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한 법안, 포퓰리즘 등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법안 등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왔다. 이미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법(포퓰리즘 법안)과 간호법(직역 간 갈등) 등이 이런 이유였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당일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안,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른바 '방송 3법')과 쌍특검(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특혜 의혹 등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안 등 8개 법안에 대해 4차례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중 쌍특검 법안을 제외한 6개 법안은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여당 국민의힘이 재석 298석의 3분의 1이 넘는 113석을 갖고 있어, 쌍특검 법안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재의결에서 가결되려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헌법은 재의 요구된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재의 표결 시점에 관해선 별다른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신속 배상'이 주요 내용으로 유족들이 원하는 참사 추모 공간 설치도 포함될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 관계자는 "위원회 등을 구성해 세부 내용은 유족들과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국무회의의 거부권 건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마지막 호소마저 외면했다며 국회에 특별법 처리와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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