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이태원특별법, 2월29일 재표결 유력···국민의힘 이탈표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과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원 클럽 특검)의 재표결 시점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에 나섰다. 총선에 미칠 영향과 이탈표 계산에 따라 국민의힘은 최대한 빨리, 더불어민주당은 가능한 늦게 재표결 하길 원하고 있다. 현재로선 설 연휴를 지난 후 총선 전 마지막이 될 2월 2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윤 대통령이 30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다시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 5일 거부된 쌍특검법과 함께 재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법안들은 재투표에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국민의힘은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당장 쌍특검법 재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슈를 길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작 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은 야당에 의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며 재표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이 밝힌 중대재해처벌법과 쌍특검법의 내달 1일 (합의) 처리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고 전했다.
재표결을 재촉하는 데는 이탈표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은 113석인데 100명 이상만 반대표를 던지면 재표결 법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공천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되거나 경선 탈락한 의원들의 이탈표가 다수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기본적으로 2월 말까지 공천을 위한 경선을 마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서는 재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유족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특별법 공포를 염원하는 상황에서 여론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자체가 특별조사위원회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여러 가지 독소조항이 있기 때문에 재협상하자고 제의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이 나라를 1년 반 동안 갈등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우리당은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내 재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총선 한 달 전 본회의는 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 전 마지막 표결 기회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29일 본회의가 잡혀있는데 안건 처리 관련”이라고 밝혔다. 쌍특검법 재표결 시점에 대해서는 “쌍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선과 가까운 시점에 재표결을 시도해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이후 재표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임 대변인은 “총선 이후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라며 “원내지도부나 당지도부는 (쌍특검법을) 총선 정쟁용으로 끌고 간다는 발언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안이 중요하고 신중한 법안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통해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태원참사특별법 재의결을 위해 끝까지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범죄에 연루된 배우자는 수사 한번 받을까 노심초사하던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한파에 오체투지하는 유족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른 시일 내 재표결을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여야 합의를 조건으로 걸었다. 김 의장은 지난 28일 KBS에 출연해 “(쌍특검법 재표결은) 빠르면 2월 1일 본회의에서 할 수 있다”며 “여야 사이에 그 문제를 두고 지금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2월1일 재투표 처리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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