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중증장애인 콜택시 탑승거부’한 서울시의 두 얼굴

김혜리 기자 2024. 1. 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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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콜택시 | 서울시 제공

중증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거부해 소송 중인 서울시가 장애인콜택시 이용 기준에 대해 법정에서 주장한 바와 정반대의 답변을 국회의원실에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기준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을 두 번 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30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울시의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이용 요건’을 보면, 서울시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상 ‘장애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을 장애인콜택시 이용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 정도가 심한 보행상 장애인’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장 의원실 질의에 “①장애 정도가 심한지에 대한 판단과 ②보행상 장애인인지 여부에 대해 각각 판단하고 있다”면서 “‘장애 정도가 심한 판정’을 받은 사람 가운데 ‘보행상 장애’를 판정받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년간 법정에서 주장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중증 지체장애인 황모씨는 2022년 2월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중지 청구소송을 냈다. 어렸을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은 그는 2018년 3월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았다. 보행보조기 없이는 쉽사리 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거주지인 서울에선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었다. 황씨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지만, 시와 공단은 그의 ‘하지(다리)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이용 신청을 거절했다.

황씨와 서울시·서울시설공단 간 소송에선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쟁점이었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은 ‘보행상의 장애인으로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서 버스·지하철 등의 이용이 어려운 사람’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로 규정한다. 황씨 측은 이 기준을 ‘보행상의 장애인이면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해석한 반면 서울시 측은 ‘보행상 장애가 심한 장애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심에선 국토교통부에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해당 공문에서 “서울시는 장애인콜택시의 이용대상자를 2019년부터 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다”“보행상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은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에 보낸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유권해석 요청 공문. 황덕현씨 측 제공

그랬던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연도별 서울시 거주 중증/경증 보행장애인 수’를 묻는 장 의원실 질의에 “‘보행상 장애’는 장애 정도(중증/경증)를 구분하지 않으며, 보행상 장애 유·무만 판정한다”고 법정에서 주장한 바와 상반된 답변을 한 것이다.

서울시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 ‘보행상 장애’는 장애 정도를 구분하지 않고 장애 유무만 판정한다고 적시했다. | 장혜영 의원실 제공

서울시는 장 의원실에 보낸 답변에서 보행상 장애 통계자료는 장애인에게 발급하는 ‘장애인자동차 주차가능 표지’ 발급현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황씨는 해당 표지를 발급받아 사용 중이다. 서울시 답변대로라면 황씨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장애인콜택시 이용대상자인 셈이다. 황씨는 2심에서 이겼으나 시와 공단이 지난 10일 상고해 여전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은 “서울시가 밝힌 장애인콜택시 이용 기준에 따르면 애초에 황씨의 콜택시 이용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재판에서는 다른 주장을 하면서 끝까지 콜택시를 탈 수 없다고 한 이유에 대해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설령 현행 기준이 바늘구멍이라 해도 이동권 보장을 위해 확대를 도모했어야 하는 것이 서울시의 역할”이라고 했다.

황씨 측은 “서울시 답변대로라면 황씨는 이미 장애인콜택시 탑승조건을 충족했다. 3년 넘게 이용 신청을 거부한 건 직권남용이며, 소송에서 거짓주장을 했다면 명백한 소송사기”라며 “서울시가 상고를 취하하지 않고 이용신청 거부를 이어간다면 해당 공무원들을 직권남용죄·소송사기죄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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