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가격 변동 줄인다더니… 롤러코스터 ‘냄비’ 주가 흐름 더 심해졌네
제도 개선하니 빨리 끓고 식는 종목 더 늘어나
상장 첫날 따따블 찍은 현대힘스, 이튿날 하한가
정부가 기업공개(IPO) 직후 주가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한 지도 6개월가량 흘렀다. 그러나 새내기주의 주가 급등락 현상은 되레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년 전 정부가 선보인 대책은 상장 당일 최고가를 공모가의 2.6배에서 4배로 확대하는 안이었다. 가격 변동 폭을 확대해 투자자가 최고가에 매수 주문을 내는 부담을 키우면 과열이 잦아들 것이란 기대감에서 나온 조치였다.
하지만 끓는 냄비(공모 시장)의 뚜껑(가격 제한 폭)을 열면 온도가 낮아지고 기포가 가라앉을 것이라던 금융당국의 예측은 빗나갔다. 반대로 뚜껑을 열었더니 뜨거운 물이 넘치는 일이 잦아졌다. 전문가들은 균형 가격이 형성됐다는 판단이 설 때 새내기주의 정규 시장 거래를 허용하는 미국 증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본지가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이 기존 62~260%에서 60~400%로 변경된 이후인 지난해 6월 29일부터 이날까지 7개월간 상장한 종목을 집계해보니 총 82개로 나타났다.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공모가가 없는 코스피 이전상장 종목은 집계에서 제외했다.
82개 종목의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66.34% 오른 상태로 장을 마쳤다. 이는 제도 개선 전보다 높은 수치다. 제도 개선 직전 7개월(2022년 12월~2023년 6월 28일) 상장한 종목은 모두 51개였는데, 해당 종목들의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41.86% 높았다.
뜨겁게 달아오른 만큼 차갑게 식는 속도도 빨랐다. 82개 중 47개 종목(57.31%)의 주가가 다음 날 하락했다. 10개 중 6개꼴로 상장 다음 날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4개 종목은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힘스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과 함께 코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다음 날 곧바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블루엠텍과 밀리의서재 역시 상장 당일 차례로 168.42%, 80.86% 상승했으나 이튿날 하한가로 직행했다.
제도 개선 전엔 오히려 주가 급락 현상이 덜 일어났다. 제도 개선 직전 7개월간 상장한 종목은 51개(코스피 이전 상장 제외)였는데, 이 중 다음 날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20개(39.21%)였다. 제도 개선 후보다 19.5%포인트(p) 낮은 수치다. 상장 다음 날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도 없었다. 그나마 가장 크게 하락한 종목은 미래에셋비전스팩2호로, 하락률은 25.17%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없는, 합병을 위해 상장한 페이퍼컴퍼니인 스팩마저 급등락을 겪었다. 지난해 7월 상장한 SK증권제9호스팩은 상장하자마자 93% 올랐으나 이내 다음 날 29.92%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 400%에 부담을 느끼기보다 공모주로 한탕을 챙기려고 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라며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을 확대하는 조치가 IPO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유효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제도 발표 초기부터 있었다. 금융위도 이를 의식한 듯 제도를 발표하면서 “확대된 가격 변동 제한폭에서도 소위 ‘따상’ 등이 발생하고 이후 급락하는 등 시장 가격 발견 기능에 왜곡이 지속할 경우 상장 당일 가격 제한폭 미적용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선진국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미국 나스닥거래소는 상장 첫날 최대한 많은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균형 가격이 형성됐다고 판단했을 때부터 거래를 허용한다. 거래소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균형 가격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정규 시장 거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개장과 함께 시초가가 결정되는 우리 시장과는 다르다.
나스닥 시장의 정규 거래 시작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오전 9시 30분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상장 첫날 오후 1시 38분부터 거래가 시작됐다. 이 과정을 거친 에어비엔비의 시초가는 146달러, 종가는 144.71달러였다. 상장 당일 가격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상장 당일 최고가를 공모가의 2.6배에서 4배로 확대하는 금융당국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듯하다”며 “개인 투자자의 상한가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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