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LG엔솔 지난해 실적 주춤…'적자 늪' SK온 성적표는?
배터리사,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악조건 속 부진한 실적
SK온 적자 이어질 듯…"올해 상황도 좋지 않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해 전기차 시장 둔화 등 어려운 사업 여건 속에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회사 출범 후 분기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이 어떠한 성적표를 받아 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업계의 관심사는 그동안 손실 폭을 지속해서 좁힌 SK온의 적자 규모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다소 부정적이다. 당초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세 둔화로 후방 산업인 배터리 업계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이날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83억 원, 영업이익 1조633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었으나, 영업이익은 9.7%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더욱 짙어진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줄었다. 시장 전망치를 20%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주춤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8조14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시장 기대치(6000억 원 안팎)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42.5% 증가했으나, 전분기보다는 53.7% 감소했다. 매출 33조7455억 원, 영업이익 2조1632억 원 등 연간 실적이 전년보다 각각 31.8%, 78.2% 성장한 점은 위안거리다.
이러한 실적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시장 환경 악화의 영향이 하반기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했고,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재고도 상당한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터리 제조사 SK온 역시 부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후발주자인 SK온은 지난해 흑자 전환이 목표였으나, 4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대로라면 9개 분기 연속 적자다. 앞서 2021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3102억 원, 2734억 원, 3267억 원, 1346억 원, 3381억 원, 3447억 원, 1315억 원, 861억 원 등의 적자를 냈다.
희망적인 대목은 최근 들어 영업손실 폭을 줄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손실을 최소화한다면 업황 회복 때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이러한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온의 지난해 4분기 실적과 관련해 증권가 전망치는 수시로 조정됐다. 많게는 2000억 원대까지 근접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SK온의 지난해 4분기 적자를 1981억 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SK온은 다음 달 6일 지난해 4분기,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제는 올해 시장 상황도 여의찮다. 노우호 연구원은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며 SK온이 올해 역시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온 측도 올해 실적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 현장에서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부 여건 때문에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자동차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SK온만의 고민은 아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모두 올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내기엔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와 함께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침 변화 가능성 등 정치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물론 회사들은 리스크와 함께 기회 요인도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수요의 약세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가격 인하 등은 구매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는 "모든 시장의 수요가 둔화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북미는 IRA 수혜 등으로 전년 대비 연간 50%의 전기차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터리사 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요한 건 사업 기반을 단단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 얼마나 빠르게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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