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모으니 옷 한벌 값 생겼어요”···울산 염포산터널 무료화의 힘
울산 동구에 사는 박성민씨(43)는 아내에게 새해 선물로 25만원 상당의 옷 한 벌을 사줬다. 박씨의 월급이 크게 올랐거나, 예기치 않은 돈이 갑자기 생겨서가 아니다. 박씨가 집에서 울산 남구 신정동 직장까지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거쳐 가는 ‘염포산터널’ 통행료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년 전 시행된 통행료 무료화 이후 하루 왕복 1000원씩 통행료를 내는 셈 치고 꼬박꼬박 돈을 모았더니 새 옷 한 벌값이 생겼다”면서 “내년 새해엔 딸에게 가방을 하나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와 중심 시가지를 잇는 염포산터널 무료화가 기대 이상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30일 터널 운영사와 울산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월 통행료 무료화 이후 지난 1년간 염포산터널 통행 차량은 2022년 대비 18% 늘어난 1219만3294대로 집계됐다. 이 중 대형(화물차) 통행량은 9만2904대로 전년(3만990대)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일반 승용차도 1210만390대로 전년(1031만3953대) 보다 180만여대 가량 늘었다.
염포산터널은 북구 아산로~동구 대송동 구간에 건설한 길이 1080m의 도로터널이다. 울산시는 2015년 남구 매암동에서 울산항을 가로질러 동구 대송동을 연결하는 길이 1150m의 ‘울산대교’를 민자유치로 건설하면서 이 터널을 접속도로로 건설했다.
이 터널은 울산 동구와 울산 시가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염포산을 관통한다. 터널 건설 전 두 지역을 오가는 차량들은 염포산을 우회해 타원형으로 난 방어진순환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도심 속 외딴섬 같은 동구의 주민들은 같은 울산시민이면서도 울산 도심으로 외출할 땐 “시내 간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터널 준공 이후 통행료는 울산시와 차량 운전자들이 약 7년간 분담했다. 소형차 기준 통행료 800원 중 300원을 울산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500원을 시민들이 자부담했다. 중형차는 통행료 1100원 중 800원을, 대형차는 통행료 1500원 중 1000원을 각각 내야 했다.
울산시 등은 이후 수년간 울산대교·터널 운영사인 하버브릿지사 및 울산지역 자치단체와 통행료 무료화를 검토했지만, 각 기관별 예산부담 비율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울산시가 지난해 1월 통행료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민들은 부담 없이 터널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울산시가 지난해 부담한 통행료 감면금액은 모두 94억4000여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울산시가 부담한 돈 보다 큰 사회경제적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구 주민들의 교통편의가 증진됐을 뿐 아니라 중구·북구·남구 등 울산 시가지에 사는 시민들이 대왕암공원·울기등대·일산해수욕장·주전해안 등 동구의 유원지와 관광지로 나들이하기가 수월해지는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선순환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손성희씨(55·울산 동구)는 “통행료 무료화 이후 울산 도심으로 나가는 일이 예전에 비해 서너 배 이상 많아졌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울산발전연구원에 통행료 무료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사업성과를 극대화하고 개선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조영환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아직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없지만 물류비용 감축과 관광수요 증가, 동구와 시가지의 상생 소통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울산대교의 통행료 무료화도 신중히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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