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승태 무죄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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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전·현직 법관을 만날 때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냐'고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통 무죄가 선고된 이 시점에서 사법부 정상화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됐다.
김 전 대법원장은 같은 동료를 상대로 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동시에 기존 시스템을 '적폐'로 몰고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양승태·김명수 두 전 대법원장 시절 드러난 문제점을 보고, 조 대법원장이 정답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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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전·현직 법관을 만날 때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냐’고 물었다. 이들은 결과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했다. 지난 7년여간의 수사와 재판으로 망가진 사법부를 어떻게 정상화할지다.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통 무죄가 선고된 이 시점에서 사법부 정상화는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가 됐다.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는 2017년 말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를 뒷조사했다는 한 판사의 폭로에서 시작해 사법부가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확대됐다. 법원은 세 차례 자체 조사를 통해 “직권남용 등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법 행정권 남용 실체를 부정했다. 전국 법원장들은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수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수사가 진행될 경우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이 되거나 영향을 미쳐 재판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법 적폐청산’을 외치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사법부를 수사 대상으로 몰아넣었다. 대법원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법원 내부 자료들이 검찰로 넘어갔다. 전·현직 법관 약 100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법관들도 위법을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합리적인지 당시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같은 동료를 상대로 한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동시에 기존 시스템을 ‘적폐’로 몰고 대대적인 인사·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행정처 규모를 줄이는게 주된 내용이었다. 비대해진 행정처로 인해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행정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 적절한 소송 지휘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지휘 또한 재판 개입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일선 판사들은 행정처 규모 축소가 재판 지연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의 원인으로 법원의 서열주의, 관료화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김 전 대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과거 대법원장은 올바른 재판을 하도록 일선 판사들을 독려할 수 있는 인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후보 추천제가 도입되면서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법원장으로 뽑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법 부장 승진제가 폐지되면서 열심히 일할 유인이 사라지고, 오랜 기간 법원에서 근무한 판사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법관들은 계속 법원을 떠났다. 2018년 73명, 2019년 53명, 2020년 73명, 2021년 93명, 2022년 89명의 법관이 사직했다. 최근 법원 안팎에선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가 자리 잡으면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지 않을 수 있으니 로펌들이 공격적으로 영입한다는 말이 떠돈다.
1심 선고가 난 이 시점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이는 없다. 법원에 남아 있는 이들이 오롯이 그 상처를 감내해야 하고 치료해야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오답 노트가 두 개나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양승태·김명수 두 전 대법원장 시절 드러난 문제점을 보고, 조 대법원장이 정답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의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를 통해 드러난 사법부의 문제점을 조기에 해결하고, 발전의 발판으로 만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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