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누리’와 대통령 리스크 [유레카]

이재성 기자 2024. 1. 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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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국·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탈동조(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와 에스앤피(S&P)500 지수가 '역사적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34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는데, 한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에누리)를 해결한다며 금융시장 관련 대책을 연거푸 내놓았는데도 오히려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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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국·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탈동조(디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와 에스앤피(S&P)500 지수가 ‘역사적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도 34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는데, 한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에누리)를 해결한다며 금융시장 관련 대책을 연거푸 내놓았는데도 오히려 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와 같은 수출 주도형 국가이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나 대만에 견줘서도 부진하다. 올해 독일 증시(DAX)는 30일 현재 연초 대비 1.13% 상승했고, 대만(자취안)도 1.05% 올랐다. 한국(KOSPI)만 -5.77%로 하락 중이다. 더 강해진 달러의 미국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가진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 구조가 우리와 비슷한 독일과 대만과도 온도 차이가 확연하다. 특히 대만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한국보다 적었는데, 이제 확실히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시장 개입이 ‘한국 에누리 현상’을 되레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은행 팔 비틀기와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금융정책의 한가운데 윤 대통령이 있다는 걸 외국인들도 안다. 공매도 금지라는 대못 규제를 박았을 때 미국의 유명 투자가 짐 로저스는 “이런 바보 같은 짓을 계속 하기 때문에 한국은 메이저 국제금융 중심지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올해도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어려울 거라고 정부 당국자가 먼저 밝힐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빌리지도 않은 주식으로 불법 공매도를 했다고 대대적으로 단속했지만, 검찰은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전주로 참여해 23억원을 벌었다고 밝혀놓고서도 기소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금융 및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불공정해 보일까.

지금까지 한국 증시 저평가의 대표 원인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변수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 리스크’다.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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