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입학 가산점 '10점'…대학들 "사실상 강제, 갈팡질팡에 혼란"

성소의 기자 2024. 1. 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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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 따라 수도권대는 11억, 국립대는 28억 더 받아
"재정난 겪는 대학들, 국고지원금 따라갈 수 밖에 없어"
"규제 철폐한다지만, 더 많은 규제 대학에 강요하는 것"
[세종=뉴시스] 30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내 무전공 입학 관련 가산점표. (자료=교육부 제공). 2024.01.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교육부가 무전공 모집 확대 노력을 기울인 대학에 최대 10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것에 대해 대학들은 "사실상 무전공 강제와 다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의 번복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30일 교육부는 국고 일반재정지원사업인 2024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각각 확정해 발표했다.

무전공 선발을 5% 이상 확대한 수도권대(51개교)는 4~10점, 지방 국립대(22개교)는 3.2~8점의 가산점을 국고 인센티브 지급을 위한 성과평가에서 추가로 부여한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분으로 2025학년도부터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으로 선발한 대학에 대해서만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학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가산점 부여' 방식으로 선회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이 낮아도 일단 국고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모집 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차등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교육부는 전공 선택권을 늘리기 위한 대학의 혁신 노력들을 정성평가(100점)하고, 무전공 모집 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3.2~10점까지 추가로 부여하겠다고 했다.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정원의 5% 미만인 대학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아예 주지 않는다.

수도권대는 무전공 입학정원을 25% 이상 확대하면 가산점을 최대 10점까지 받을 수 있다. 25% 중에 신입생이 모든 전공을 택할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로 10%를 채울 경우 최대치인 10점을 준다. 계열·단과대 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광역선발'로만 25%를 채웠다면 8점으로 가산점이 줄어드는 식이다.

다만 정부가 정원을 관리하는 보건 의료계열 및 사범계열과 첨단인재 양성 기조에 따라 개설된 반도체 계약학과 계열, 예체능·종교 계열은 모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되면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대학들이 받는 인센티브 평가 등급도 크게 변화한다.

두 국고사업의 등급별 성과평가 커트라인은 ▲S등급 95점 이상 ▲A등급 90점 이상 ▲B등급 80점 이상이다. 지난해 등급별 평균 점수는 S등급 95.9점, A등급 92.7점, B등급 85.8점, C등급 77.9점이었다.

정성평가에서 77점(C등급)을 받은 대학이 10점의 가산점을 추가로 부여받게 되면 B등급으로 오를 수 있다. 85.8점(B등급)을 받은 대학은 가산점 4.2점을 받기만 해도 A등급으로 상승하며, 정성평가 점수 총합이 92.7점(A등급)인 대학은 2.3점만 받아도 S등급이 된다.

가산점을 최소한(4점)으로 받더라도 등급이 최대 1단계씩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배분되는 인센티브 사업비 총액을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수로 가정해보면, 수도권대를 기준으로 S등급(가중치 1.6)을 받은 대학은 60억3200만원을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 A등급(1.3)은 49억100만원을 가져간다. B등급(1.0)은 37억7000만원이며, C등급(0.7)은 26억3900만원으로 줄어든다.

국립대의 경우 S등급은 148억원, A등급은 120억2500만원, B등급은 92억5800만원, C등급은 64억9600만원을 받는다.

등급이 1단계 오르면 수도권 사립대는 11억3100만원을, 국립대는 27억7500만원을 더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국고 인센티브는 소재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오랜 등록금 동결 속에 수십억원의 국고를 더 받아갈 수 있어 대학들에겐 간과하기 어렵다.

이러다 보니 대학들 사이에서는 교육부의 이러한 평가 방식이 사실상 무전공 선발을 '강제'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오랜 기간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이 좋지 않은 대학 입장에선 수십억원의 국고 지원이 달린 사업에 가산점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총장은 "혁신 지원비를 받는 대학 입장에서는, 혁신을 많이 이룩한 대학에 더 많은 혁신 지원비를 더 주겠다는 발표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국고) 지원금을 많이 받아야 되니, 이 판단 저 판단 없이 대학들의 생리는 그 방침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육부가 '규제 철폐'를 부르짖고 있지만, 사실상 더 많은 규제와 기준을 대학에 강요하고 있다"며 "고등교육을 정말 고도화하고자 한다면, 대학들의 상황을 살피고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의 한 총장은 "교육부 방침이 조금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제하는 면이 있다고 느낀다"며 "대학 재정이 안 좋은 상태이지만, (무전공 선발을 늘리면) 기초학문 분야가 무너질 수 밖에 없어 충돌되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번복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모 사립대 기획처장은 "무전공이 4개월 안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어디서 정원을 뺄지,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학내 구성원들과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에 맞춰 이미 학내 구성원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교육부 방침이) 왔다갔다 하니까 혼란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무전공 확대 방침을 재정적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유도한다는 사업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 기획처장은 "(교육부가) 왜 이렇게 시간을 갖고 논의하고 협의하면서 가지 않고 빠르게 가는지 좀 답답하다"며 "이건 대학교육 혁신이 아니다. 자율적 혁신을 하라고 해 놓고 사실상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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