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 이변 거듭하는 2023 아시안컵
약체들은 마법 같은 선전
계속된 이변에 흥행은 대성공
역사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 했던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그 어떤 승부도 확신할 수 없다. 운과 실력, 전술 등이 한데 엮여 예상을 뛰어 넘는 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란히 고전한 '강력 우승 후보' 한국과 일본
조별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강력 우승 후보'로 불리던 한국과 일본의 고전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으로 구성돼 가히 '황금세대'라 칭해졌다. 이 정도 전력이면 64년 만의 우승이 '당연하다'는 전망이 속속들이 나왔고, 대표팀 또한 우승을 자신했지만 실전은 달랐다. 선수 개개인에만 의존하는 무전술 전략은 일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고, 상대 수비수에 막히자 맥없이 무너졌다. 급기야 3차전에선 아시안컵 최약체로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에 끌려다니다 3-3 무승부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일본도 대표팀 26명 중 20명을 유럽파로 구성하며 역대 최고 전력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본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FIFA 랭킹 63위인 이라크에 1-2 충격패를 당하며 조 2위로 주저 앉았다.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 각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서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해 결선에서 만날 것이라던 시나리오는 무색해졌다. 한국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은 같은 날 오후 8시 30분에 바레인과 각각 16강전을 치른다.
아시안컵서 희망 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반면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아시안컵 최대 이변이라 불릴 만큼 예상치 못한 선전을 했다. 말레이시아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진출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으나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대패했다. 이로써 일찌감치 16강 탈락이 확정됐지만, 말레이시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3차전인 한국과의 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김판곤 매직'을 선보였다. 김 감독은 한국전을 마치고 "(이 경기 결과는) 우리가 이룬 것"이라며 "환상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는 한 발 더 나아가 사상 첫 16강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인도네시아는 FIFA 랭킹 146위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개국 중 홍콩(150위) 다음으로 낮다. 누구도 인도네시아의 선전을 생각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FIFA 랭킹 94위 베트남을 1-0으로 제치며 승점 3점을 챙긴 데 이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오만과 키르기스스탄이 무승부를 기록하자 극적으로 16강행 막차에 올라탔다. 비록 28일 호주전에서 패하며 8강 진출은 무산됐지만, 토너먼트 무대를 밟은 것 만으로도 큰 성취다.
16강서도 계속되는 이변... 잔디 먹다 퇴장되는 '해프닝'도
16강 이변의 주인공은 타지키스탄이다. 축구 변방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에서도 약체 중 약체로 손꼽히는 타지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자국 역사상 첫 본선 진출의 위업을 이룬 데 이어 16강에서 파울루 벤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꺾고 8강행 티켓까지 따냈다. 16강 진출까지만 해도 지나가는 돌풍인줄 알았더니 판을 휘젓는 태풍이었던 셈이다. 타지키스탄은 내달 2일 오후 8시 30분 요르단과 8강전을 치른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리기 직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도 유독 이번 아시안컵에서 자주 발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었던 건 29일 16강에서 만난 이라크-요르단전이다. 중동 복병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에서 요르단은 후반 추가 시간 5분, 7분에 연달아 골을 넣으며 이라크에 3-2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선 이라크 공격수 아이만 후세인이 득점 후 광고판을 뛰어 넘고 유유히 산책을 한 데 이어 잔디를 뜯어 먹는 세리머니를 하다 퇴장을 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땀 승부, 반전 승부에 흥행도 대성공
꿈꾸는 자들의 도전이 실현되면서 아시안컵의 열기 또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30일 기준 아시안컵엔 총 106만8,587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미 2004년 중국 대회(104만 명) 전체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다 기록이다. 앞으로는 경기를 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는 꼴이다. 현재 결승전을 비롯해 11경기가 남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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