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검토

김윤나영 기자 2024. 1. 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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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투기조장법”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하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완화하는 방안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시민단체는 무주택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투기조장법”이라고 반발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는 달리 원칙과 현실의 적합성을 모두 고려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실수요자를 보호하지 않고 투기의 문을 열어준다는 비판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는 “3년 유예를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2월 임시국회 중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3년 유예 제안을 환영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자고 제안했다”며 “이제라도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주택시장의 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이 최초 입주 가능 시점에서 2~5년간 직접 거주하도록 한 규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전세를 낀 채 집을 여러 채 사는 ‘갭투기’를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분양 혜택을 더 골고루 주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현행 주택법상 2021년 2월19일 이후 분양된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람이 실거주하지 않고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집을 팔면 최대 징역 1년 혹은 1000만원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아파트는 4만7000여채라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주택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불합리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홍 원내대표도 이날 “부동산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건수가 9년 만에 10만건을 넘기는 등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관련 규제 완화에 호응한 것이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방침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 내 우려도 있다. 민주당 국토위 관계자는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면 투기 세력의 제도 악용 소지가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실거주 의무를 예외적으로 인정해주되 투기 세력이 속이고 팔면 엄벌하도록 하는 보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총선을 70여일 앞둔 시점에 실거주 의무 유예를 검토하는 것은 총선을 의식한 입장 변경으로 보인다”며 “분양주택 실거주 의무 시행을 유예할 경우 투기 세력들의 가세로 청약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청약 당첨의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국토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실거주 의무가 폐지·유예되면 강남 3구와 용산구와 같이 투기수요가 높은 지역의 집값이 뛰고, 갭투기가 활성화되면서 전세사기 대란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양당은 갭투기 조장법 말고 갭투기 피해자를 위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되더라도 3년 뒤 또 다른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계약갱신권으로 세입자가 2년 뒤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면 실거주 의무를 이유로 입주해야 하는 집주인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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