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닫힌 청사 앞에서 통곡한 이태원 유족

심우삼 기자 2024. 1.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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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사 앞에서 호소전을 펼치던 유족들이 울부짖으며 청사 정문으로 달려갔다.

한 유족은 재의요구권 행사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손에 쥐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는 팻말을 내리치며 부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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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격앙
“배·보상 얘기 꺼내 호도하는 건 바로 정부·국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이어 말하기를 하던 중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대통령에게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도 죽이고, 우리도 거부권 해라. 이게 대통령이냐”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사 앞에서 호소전을 펼치던 유족들이 울부짖으며 청사 정문으로 달려갔다.

굳게 닫힌 정문 창살을 움켜잡은 유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우리를 죽여달라”고 통곡했다. 참사 발생 459일째가 되는 이날까지 오로지 진정한 진상규명만을 바라며 달려온 유족들의 염원을 짓밟은 정부·여당에 대한 피맺힌 절규였다.

“자식 떠난 이유 알고자 하는 마음이 어떻게 정쟁일 수 있나”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62)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운영위원장은 “1년 동안 그렇게 애원하고 호소하고 사정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정권”이라며 “이 정권은 또다시 유족들을 두번 죽이는 짓을 했다. 우리 아이들과 같이 우리도 죽음으로 내몰아 달라”고 울부짖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현실화하면서 이 법안의 공포를 촉구해온 유족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지난 9일 발의 264일 만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법안이 폐기되지 않길 바라며 삭발과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필사적인 호소전을 벌여왔던 터라 충격이 더 큰 모습이었다. 한 유족은 재의요구권 행사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손에 쥐고 있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는 팻말을 내리치며 부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린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며 침통한 표정으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앞서 유족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심정으로 국무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이어 말하기(필리버스터)를 하며 마지막 호소를 했다.

스물다섯 딸 신애진씨를 잃은 엄마 김남희(50)씨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정쟁이라고 한다. 배·보상 얘기를 꺼내 국민을 호도화하고 정쟁화시키는 사람이 누구냐, 바로 국민의힘과 정부”라며 “부모가 자식 떠난 이유를 알고자 하는 그 마음이 어떻게 정쟁일 수 있나. 유가족이 원하는 건 오직 독립적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이다.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유가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 우리는 안전사회로 나가기 위한 기회를 또다시 놓쳤고, 재난 참사의 위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최소한의 명분도 근거도 없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은 국민적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2차 가해가 우려돼 댓글 창을 닫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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