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보도 방송사들 불러 보도경위 묻는다
지상파·종편 등 방송 14건 심의 예정
류희림 직언한 팀장급 직원들 다수 좌천
해촉 야권 위원 2명 취소소송 제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심의를 재개하면서 9개 방송사를 불러 보도 경위를 묻겠다며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류희림 위원장에 맞서 연대 서명을 냈던 팀장급 직원 다수를 사실상 좌천 조치했고, 해촉됐던 야권 위원들은 해촉 취소소송을 내면서 방심위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방심위는 30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OBS와 YTN 등 모두 9개 언론사가 방송한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모두 자막에 ‘미국’이나 ‘바이든’을 명시한 보도들인데,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해 지난해 5월 심의를 멈췄다가 12일 1심 판결이 나온 뒤 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회의에서 위원들은 강한 어조로 이들 보도를 비판했다. 문재완 위원은 “법원이 ‘날리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정보도를 (판결) 했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이라고 하면 국회라는 말과 맞지 않는데 이런 합리적인 의심이 언론에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확인이 여의찮으면 단정적인 자막을 달지 말았어야 했는데 언론사의 생각을 시청자에게 강요했다는 것이다.
류희림 위원장도 맥락과 의심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매출’ 발언을 ‘배추’로 잘못 표기한 사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잔칫집 가서 초상집 멘트를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JTBC는 25일 유튜브 채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매출 오르게 많이 힘껏 뛰겠습니다”라고 발언한 장면에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습니다”는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
류 위원장은 또 “치열한 정상외교 현장에서 보도는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MBC가 주도해서 보도한 자막 내용을 다른 채널이 문제 제기 없이 인용한 무비판적 태도가 문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당시 야권 김유진 전 위원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보도에 9개나 되는 방송사를 무더기 제재하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국제사회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거부에 이어) 다시 논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이야말로 국격의 실추”라고 말했다. 방심위는 9개 방송사에 더해 다음 주 5개 방송사를 추가로 심의에 올릴 예정으로, 모두 14개 방송사가 제재 대상이 된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전국언론노조와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방심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심의가 “비판언론 죽이기, 정치보복”이라며 “정권의 언론장악 도구가 된 방심위는 류희림 체제의 해체와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방송된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법정제재 중 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고를 의결하기도 했다. 진행자 신장식 변호사가 검사 15명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윤미향 의원을 무리하게 시키는 대로 수사했다며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이론 ‘악의 평범성’을 인용한 논평이 문제가 됐다.
황성욱 위원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검사를 나치에 비유했다”고 말했다. 문재완 위원은 “듣는 분 입장에서는 나치에 상응하는 나쁜 일을 생각 없이 저지른 공무원으로 (받아들여) 모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적용된 심의규정은 ‘대담·토론 프로그램에서 타인에 대한 조롱 또는 희화’다. 신장식 변호사는 “MBC에 더 부담을 줄 수는 없다”며 다음 달 8일을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고 밝혔다.
방심위 인사 상황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29일 팀장급 13명, 전문‧연구위원 7명에 대한 인사를 냈다. 방심위 노조는 “지난해 10월 류 위원장의 가짜뉴스 심의센터 출범에 의견서를 낸 팀장 11명 중 7명이 보직을 박탈당했다”며 이 가운데 “팀장 4명을 직원으로 강등했다”고 반발했다.
17일 해촉된 야권 옥시찬, 김유진 위원은 대통령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에 해당하는 해촉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취소소송을 각자 제기했다. 앞서 야권인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도 해촉된 뒤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9월 법원은 각하했다. 방심위는 명목상 민간독립기구로 대통령의 해촉도 행정처분이 아니라 계약 해지일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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