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안전상품” 장담하더니…‘눈덩이 손실’에 은행도 ELS 판매중단
손실 눈덩이처럼 커지자 판매중단 결정
5대 은행중 이번사태 비껴간 우리銀만 판매
H지수 1월 평균 5300선 유지될 경우
상반기에만 4조2천억까지 피해 늘수도
당국 “ELS 상품 자체가 은행 판매 적합안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0일 ELS 관련 상품인 ELT(주가연계신탁)와 ELF(주가연계펀드) 등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차후 시장 안정성 및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ELT와 ELF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S&P500, 유로스톡스5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을 형성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ELS 관련 상품 대신 채권형 상품 등 대안 상품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판매 중단일은 다음달 5일이다.
아직 판매중단 결정까지는 내리지 않은 우리은행도 현재 고점으로 판단되는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관련 상품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한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은행들이 급작스레 ELS 판매 중단에 동참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상품을 판매하는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문제이지 ELS 상품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은행권의 항변도 있지만 당국 입장은 다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ELS는 고위험상품으로 분류되는데도,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최대치는 10% 남짓이라 상단은 제한된 반면, 손실을 보면 50~60%까지도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 하방이 열려있는 특이한 구조”라면서 “이런 상품을 ‘안전상품’이라고 하며 판매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H지수가 워낙 요동치며 문제가 커졌지만, 비단 H지수 기초자산 상품 뿐 아니라 ELS라는 상품 자체가 은행에서 판매할 성질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LS 사태 피해자들은 연일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날 ELS 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은 국회에서 정무위 소속 양정숙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은행들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며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 피해자들을 기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정확하게 점검하고 판단해 관련 법에 따른 배상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ELS 관련 피해액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매일경제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대상으로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집계한 ELS 확정손실은 3114억원에 달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 숫자도 9761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 가운데 중국 빅테크 기업을 모아 만든 ‘H지수’는 현재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국내 ELS 관련 상품 가입은 2021년과 2022년에 몰렸는데, 당시 H지수는 1만2000선까지 올라갈 정도로 활황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29일까지 H지수 평균은 5300선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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