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0 하나 더 붙여 내세요”…메뉴판 엔화 표기한 日식당

김자아 기자 2024. 1. 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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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일식당 메뉴판의 가격 표시가 엔화로 돼 있다./엑스(옛 트위터)

대구의 한 일식당에서 음식 가격을 엔화로 표기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30일 엑스(옛 트위터)에는 대구 동성로 소재 한 일식당의 메뉴판 사진이 올라왔다. 메뉴판 사진을 보면 음식가격이 모두 일본 엔화로 표기돼 있다. 상단에는 “엔화로 표기된 가격은 ‘0′을 붙여 원화로 계산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100엔은 1000원”이라는 예시가 적혀 있다.

예컨대 이 식당의 대표 음식은 1380~1580엔으로, 우리돈 1만3800원~1만5800원을 내야 먹을 수 있다.

이를 공개한 네티즌은 “메뉴판도 엔화로 적고 현지 기분을 느끼라는 걸까”라며 “굳이 (이래야 하나) 싶다. 일본인이 하는 식당에서는 원화로 적던데”라고 했다.

해당 메뉴판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가격도 엔화 (환율) 기준으로 받을 것이지, 손해 보기 싫다고 ‘0′ 하나 더 붙였다” “매일 환율체크해서 가격 매긴다는 줄 알았는데 ‘0′을 하나 붙여서 계산하라니, 놀고 있다” “일본에서 간 식당인데 한국어 메뉴라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뭐하는 거지”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 나왔다.

반면 “요즘 유행하는 SNS 감성이니 그러려니 한다” “유행하는 콘셉트라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 안든다” “불법도 아닌데 어떠냐” 등의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젊은층이 많이 찾는 전국 곳곳 ‘핫플(핫플레이스)’에는 일본풍 가게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일본어로만 된 간판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모두 일본풍으로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용산의 한 카페 메뉴판./채널A

이뿐 아니라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가격을 외화로 표시한 메뉴판도 종종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서울의 한 식당과 카페 등에서 메뉴 가격을 달러나 유로화로 표시해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사 한끼로 해외 여행을 온 듯한 현지 느낌을 경험한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업주들은 무분별한 외국어 남발이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메뉴판 표기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 옥외광고물법상 한글 표기가 없을 경우 최대 500만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지만, 메뉴판은 옥외 광고물 대상이 아니라 별다른 규제 조항이 없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지난해 8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카페와 음식점 등 대중 이용 시설에서 한글 안내판이나 메뉴판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어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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