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 보통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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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시의 제목은 '대출금'이다.
SNS 시인으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의 새 시집 '서울 보통 시'에 수록된 작품이다.
2013년 평범한 일상을 담은 짧은 시들로 인기를 끌었던 시인은 30대 초반에서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책 곳곳에 담긴 삽화는 시인이 직접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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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서울 보통 시 = 하상욱 지음.
"니가 / 있기에 // 내가 / 힘을내"
이 짧은 시의 제목은 '대출금'이다. SNS 시인으로 유명한 하상욱 시인의 새 시집 '서울 보통 시'에 수록된 작품이다.
"왜 / 나온거니 // 안 / 불렀는데"('배')
단 몇 줄의 글과 하단의 제목으로 순식간에 십상을 전환하는 게 하상욱 표 단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주 짧은 문장으로 촌철살인의 위트를 담아내는 능력은 여전하다.
"돈 /쓰는 것도 // 참 / 쉽지 않네"('키오스크')
"널 / 놓치고 // 난 / 아팠다"('핸드폰 코에 떨굼')
2013년 평범한 일상을 담은 짧은 시들로 인기를 끌었던 시인은 30대 초반에서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만큼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하는 시들도 많다.
"또 / 나왔네 // 내 / 본모습"('뿌리염색')
"어른이 / 되었는데 // 아이가 / 되어가네"('친구들 카톡 프사')
누구나 공감할만한 작고 평범한 일상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은 그냥 웃고 넘겨도 좋고, 한 번쯤 곱씹어 봐도 좋겠다. 책을 펴드는 이의 삶의 애환을 잠시 녹여주는 힘이 느껴진다.
책 곳곳에 담긴 삽화는 시인이 직접 그렸다.
아르테. 264쪽.
▲ 나의 곰 = 메리언 엥겔 지음. 최재원 번역.
캐나다 토론토 역사협회 사서인 루는 온갖 자료에 파묻혀 살아간다. 누렇게 바랜 케케묵은 사료 더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가던 그에게 어느 날 캐리 대령의 후손이 협회에 남긴 저택 서재를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지겨운 대도시의 일상을 뒤로한 채 온타리오주 북쪽의 캐리섬으로 떠난 루는 야생을 간직한 대자연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며 자료 정리에 열중한다. 그러던 중 저택 뒤편 통나무집의 장성한 수컷 곰과 점차 친밀해진 루는 걷잡을 수 없는 외로움 끝에 곰의 털을 어루만지다가 그만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장편소설 '나의 곰'은 캐나다 소설가 메리언 엥겔(1933~1985)의 1976년 작으로, 외딴섬의 여름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여성 루와 수컷 곰의 에로스적 관계를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문제작이다.
이 소설에서 인간을 소외시키는 문명 세계가 각종 서류와 일이 넘쳐나는 도시로 대표된다면, 수컷 곰은 계산이나 이권, 의미가 개입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대자연을 표상한다.
작가는 이 두 세계를 계속 대비시키면서,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보다는 차라리 "짐승의 냄새를 풍기는 여자"가 되기를 택한 루의 얘기를 통해 문명과 자연, 금기와 욕망 등에 관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메리언 엥겔은 이 작품으로 1976년 캐나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중 하나인 총독상을 받았다. 2021년 제40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최재원 시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한겨레출판. 200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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