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으로 컨테이너 내부 검사…마약·밀수품 찾아낸다
쎄크, 이동 설치·고정형 구축
엑스레이 기반 내부화물 탐색
동남아·중동·유럽 공급 목표
'국내 유일 컨테이너 검색기 테스트베드'
생소한 이름에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궁금증을 안고 전라남도 광양시 도이동 소재 광양항만을 찾았다. 이곳 부지 내 테스트베드에 자리한 국내 기업 쎄크의 '컨테이너 방사선 검색기'는 자동화 항만 출입 차량의 밀수품 및 마약, 폭발물, 방사성 물질, 핵물질 등을 자동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테스트베드에서는 쎄크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공동으로 스마트항만 시대 국내 물류 생산성 혁신과 안정성 제고를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 몇 년 새 네덜란드와 미국, 중국이 자동화 항만 운영을 시작했고, 부산 역시 올해부터 스마트 항만 개장이 예정된 만큼 쎄크와 연구소도 관련 연구 개발에 여념이 없다.
초대형 선박은 많으면 한 번에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만개를 실어 나르는 만큼 내부의 밀수품 및 핵물질이나 마약, 보호 동식물 등을 전수 파악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전수 파악 기술 고도화는 항만 업계 공동 숙제로 꼽힌다.
전수 파악 기술 개발을 상용화 중인 현장 테스트베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5미터 이상 크기에 일주문처럼 솟아있는 푸른색 문과 같은 장치다.
설비는 '중소벤처기업부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국내 기업 쎄크가 개발한 이동 설치형 컨테이너 검색 시스템이다. 컨테이너 차량 내부 화물을 개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사선을 이용해 내부를 검사하는 기기다. 사람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듯이 방사선을 이용해 빠른 시간에 컨테이너 내부 화물을 검색한다.
박종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공공디지털연구본부 책임연구원(박사)은 “후방산란영상획득기술을 기반으로 검사한다”며 “백스케터 장비는 낮은 에너지(220KeV)를 사용해 화물에서 산란한 신호를 받아 영상을 생성하는 최신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점(위치)에서 산란한 신호를 한 면당 12개의 대면적 영상검출 센서로 받아 1픽셀의 영상을 생성한다”며 “신형 콜리메이터(가변형 방사선 조준장치)로 1개 포인트 영상으로 2차원 영상을 바로 만드는 방식이기에 우리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3차원 영상 구축이 손쉽다”고 설명했다.
장치는 엑스레이를 기반으로 컨테이너 내부 총기류와 마약·담배·상아 등 밀수품을 탐지해 세관 업무를 지원한다. 시간당 10대 차량 검사가 최대인 기존 시스템 대비 우수하며, 컨테이너 검사를 지원하고 유·무기물 자동 판독 기술도 제공한다.
박종원 책임연구원의 설명과 함께 다음으로 만난 것은 고정형 컨테이너 검색기 시험시설이다. 시설은 전체 120m, 터널길이 100m 남짓 터널에 차량이 지나가면 방사선을 조사해 내부 물품을 파악하도록 만들어졌다. 시설에 쓰이는 컨테이너 검색을 위한 선형 가속기는 쎄크가 개발한 제품이다.
고정형 시설은 외부에 꾸려진 겐트리 타입 컨테이너 검색기와 달리 터널형인 만큼, 화물 컨테이너 검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얼핏 보면 옛 영화관 조사기같은 고에너지 X선 발생장치와 고중량 컨테이너 차량을 정속으로 이동시키는 기차 트랙처럼 터널에 깔린 컨테이너 차량 이송시스템 등이 즐비했다.
외부의 겐트리 타입 컨테이너 검색기는 무인 항만용으로, 완벽 수준의 방사선 차폐가 필요 없지만 이 시설은 유인 시설인 만큼, 방사선 차폐에 완벽을 기했다는 설명이다. 자동화 항만과 유인형 항만을 아우르는 혁신 연구에 주력하는 선박해양플랜트 연구소 연구진과 쎄크 연구팀에게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산업계 생산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김종현 쎄크 대표는 “해외 직구나 개인 통관이 쉬워진 만큼 마약·불법 무기·밀수품 적발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화물 전수 검사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졌다”며 “그간 전수 검사가 어려웠던 국내 화물 검사 분야에서 쎄크의 이동 설치형 컨테이너 검색 시스템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형 가속기 국산화를 통해 '원천기술 확보' '국부 창출'에 앞장서겠다”며 “불법 총기류 무기와 마약류 근절에 고심하는 동남아시아·중동 지역을 비롯해 국경 왕래가 자유로운 유럽에도 K-가속기를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남(광양)=임중권기자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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