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8배’ 앞서는데 사우디전 승리 장담 못 한다…클린스만과 만치니 ‘사령탑 차이’ 때문 [GOAL 도하]
[골닷컴, 도하(카타르)] 강동훈 기자 =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하여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등 초호화 스쿼드를 갖춘 클린스만호는 사우디와 선수단 몸값을 비교했을 때 약 8배 앞선다. 하지만 클린스만호는 아시아 내에서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도 사우디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사령탑 차이’ 때문이다.
세계축구 시장가치를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클린스만호 몸값은 1억 9300만 유로(약 2789억 원)로 책정됐다. 그중 김민재가 6000만 유로(약 867억 원)로 가장 높다. 반면 사우디는 선수단 몸값이 2315만 유로(약 334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김민재 몸값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고 몸값은 피라스 알부라이칸(알아흘리)으로 400만 유로(약 57억 원)다.
선수단 몸값이 높을수록 그 팀은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클린스만호는 김민재와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오현규(셀틱)와 조규성(미트윌란),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유럽 중소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여럿 있다.
이에 반면 사우디는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만 구성돼있다. 유럽파는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최근 사우디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유럽에서 활약하던 슈퍼스타를 잇달아 영입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사우디 슈퍼리그는 빅 리그를 따라가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클린스만호는 사우디보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은 데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앞서지만, 승리할 확률은 50%를 겨우 넘겼다. 축구 통계·기록 전문 매체 옵타는 클린스만호의 승리 확률을 51.8% 전망했다. 사우디 승리 확률은 48.2%였다. 격차는 겨우 3.6%밖에 나지 않는다. 선수들의 전력 차가 아무리 많이 나도, 결국 ‘축구는 감독놀음’이라는 말처럼 사령탑의 역량 차이로 인해 그만큼 좁혀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로 비판받고 있다.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해 개인 역량과 잠재성 등을 더 끌어낼 수 있다면서 비판을 반박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다르다. 선수들의 개인 역량만 믿고, 세부적인 전술을 구사할 능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는 클린스만호가 조별리그 당시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서고도 요르단과 말레이시아 상대로 ‘굴욕적인’ 무승부를 거둔 것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당시 결단력과 전술적 능력이 부족한 클린스만 감독은 상대 파훼법을 제대로 가지고 나오지 못했고, 또 경기 도중 벤치에서 흐름을 바꿀 전술 변화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과는 다르게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사우디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에서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지도력이 검증된 데다 경험도 풍부하다. 사우디를 단기간에 단단한 팀으로 바꾼 것만 봐도 확실히 ‘세계적인 명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이 부임하면서 수비가 안정화되더니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4경기 동안 9실점을 헌납하면서 1무 3패로 부진했지만,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부터 시작해서 최근까지 8경기에서 1실점만 허용하더니 무패행진(6승2무)을 달리고 있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사우디보다 선수 개개인 기량과 객관적인 전력에서 월등히 앞서고도, 정작 중요한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 부족한 탓에 결과를 가져오면서 8강에 오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번 사우디전에서 ‘해줘 축구’ ‘무전술’ 논란에서 벗어나 만치니 감독을 넘고 8강행 티켓을 따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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