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 거듭한 클린스만호, 사우디전은 위기가 아닌 기회다[심재희의 골라인]
우승 위한 토너먼트 첫 판, 필승 모드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조별리그 1승 2무. 지지 않았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한 수 아래 팀들을 상대로 확실히 앞서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약체로 분류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굴욕적인 3-3 무승부에 그쳤다. 조 선두를 바레인에 내주면서 "일부러 16강전에서 일본을 피했다"는 비아냥까지 들려온다. 조별리그 점수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이제 토너먼트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 경기는 준비 과정부터 결과를 만드는 전개까지 완전히 다르다. 조별리그가 물고 물리는 승점 싸움이라면, 토너먼트는 지면 탈락하는 끝장 승부다. 내일이 없다. 모든 전력을 총동원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조별리그에서는 3경기를 한 세트로 보고 팀을 운운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모든 경기를 최후의 승부로 여기고 전력을 집중한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클린스만호가 토너먼트 첫 판을 준비하고 있다. 상대는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다. 조별리그 F조에서 2승 1무 승점 7을 마크해 선두를 차지한 강팀이다. 이탈리아 출신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조별리그 경기력이 좋지 않았으니 전망이 다소 어두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조별리그 잊어도 된다. 토너먼트에서는 조별리그와 또 다른 경기 양상이 기다린다. 가동할 수 있는 최상의 전력으로 맞불을 놓아 승패를 겨룬다. 태극전사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서 사우디에 뒤지지 않는다. 부상에 빠졌던 주축 선수들의 회복 소식도 반갑다.
사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100% 전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부상자들이 꽤 있었고, 1차전부터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옐로 트러블을 안고 싸웠다. 게다가 중동 복병들의 기세가 예상보다 매서웠고, 김판곤 감독이 지휘한 말레이시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수비 불안과 단순한 공격 전술 등 내부 문제가 더 크긴 했다.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핵심 선수들의 복귀로 이전에 보인 졸전을 만회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울 사우디 응원단과 중동 원정의 불리함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사우디가 조별리그 3경기에서 4득점밖에 올리지 못했으나 공격 짜임새와 파괴력은 매우 뛰어났다는 점도 주요 체크포인트다. 결국 변수, 실수, 노림수에서 승부의 향방이 갈릴 공산이 크다. 엇비슷한 전력을 갖춘 팀들의 대결에서는 세 가지 수(변수, 실수, 노림수)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중동 복병들에게 고전하며 예방주사를 맞은 클린스만호. 거듭된 졸전을 복기하며 정신을 차리고 전열을 제대로 가다듬었을까. 사우디전을 위기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절호의 부활 기회로 봐야 한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위),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감독(중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