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족 보행 단서는 '반고리관'

문세영 기자 2024. 1. 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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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 화석의 귓속 반고리관을 3D 기술로 재현해 인간이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한 과정을 유추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리슨 교수는 "가장 초기 유인원들은 오늘날 아시아의 긴팔원숭이가 하는 방식와 유사한 방법으로 나무를 이동했다"며 "유인원과 인간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루펑피테쿠스와 유사하게 나무를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나무에선 이족보행, 땅에선 사족보행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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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대
루펑피테쿠스의 귓속 반고리관을 3D 기술로 재현한 모습. 뉴욕대 제공.

유인원 화석의 귓속 반고리관을 3D 기술로 재현해 인간이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한 과정을 유추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600만년 된 유인원 ‘루펑피테쿠스’의 두개골 화석에서 발견된 단서다. 

테리 해리슨 미국 뉴욕대 인류학과 교수 연구팀은 루펑피테쿠스의 내이(속귀)가 이족보행의 실마리가 된다는 연구 결과를 30일 국제학술지 ‘이노베이션’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사족보행을 하는 유인원이 이족보행을 하는 인류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 오랜 기간 의문을 가져왔다. 팔다리, 어깨, 골반, 척추 등 기존 화석 기록들만으로는 초기 진화 단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루펑피테쿠스 두개골은 1980년대 초 중국 윈난성에 발견됐다. 두개골은 심하게 압축되고 찌그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귀 부위가 보이지 않아 선행 연구자들은 반고리관 영역을 분석하지 못했다. 내이에 있는 반원 모양의 관인 반고리관은 몸을 움직이면 관 안의 림프가 움직이면서 위치나 균형 감각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직립 상태에서 이동하는 데 기본적으로 관여하는 부위다. 

연구팀은 루펑피테쿠스의 반고리관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3차원 스캔 기술을 이용해 두개골을 재구성했다. 루펑피테쿠스 두개골 화석의 내부 구조도 시각화했다. 두개골 내 반고리관의 해부학적인 특성을 분석해 유인원의 이동 방식을 유추했다. 재구성한 두개골 형태를 기존에 수집한 유인원 두개골 화석과 현존하는 유인원 두개골 형태 등과 비교했다. 

연구팀의 분석결과 초기 유인원들이 인류 조상의 이족보행 운동 기술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시 대부분의 유인원들은 긴팔원숭이와 아프리카 유인원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운동 기술을 갖고 있었으며 인간 조상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 인류 계통은 이들로부터 갈라져나와 이족보행을 한 것으로 보았다. 

연구팀은 특히 반고리관의 크기와 모양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가 이동하는 방식과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해리슨 교수는 “가장 초기 유인원들은 오늘날 아시아의 긴팔원숭이가 하는 방식와 유사한 방법으로 나무를 이동했다”며 “유인원과 인간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루펑피테쿠스와 유사하게 나무를 기어오르고 매달리고 나무에선 이족보행, 땅에선 사족보행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 조상은 광범위한 이동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이후 이족보행을 하는 형태로 갈라져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족보행을 하는 유인원이 갈라져 나온 것은 기후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약 230만 년 전 북반구에 빙하가 쌓이고 지구 온도가 내려갔을 때 유인원의 반고리관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연구팀은 "반고리관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점과 인간의 이족보행 진화 시점이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후 변화가 반고리관 구조 변화, 인간의 이족보행 촉진 촉매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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