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직원들이 하마스 지원”…국제 여론 ‘반전’ 노린 이스라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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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 등 인도주의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이하 기구)의 일부 직원들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도움을 줬다는 구체 내용이 담긴 이스라엘의 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하마스와 연루된 의혹을 받는 기구 직원 12명 중 6명의 10월7일 행적이 자세히 담긴 이스라엘 정부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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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 등 인도주의적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이하 기구)의 일부 직원들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도움을 줬다는 구체 내용이 담긴 이스라엘의 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하마스와 연루된 의혹을 받는 기구 직원 12명 중 6명의 10월7일 행적이 자세히 담긴 이스라엘 정부의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행적이 공개된 6명 가운데 2명은 이스라엘인 납치를 도왔고, 다른 직원 2명은 이스라엘인들이 숨진 현장에 머물렀으며. 나머지 2명은 기습공격에 사용된 무기 등 물류 조달에 협조했다. 이들의 직업은 기구에 소속된 가자지구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들이었다. 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포로 심문과 휴대폰 위치 추적 등을 통해 밝혀낸 내용이다. 신문은 이스라엘 정부가 관련 내용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필리페 라차리니 기구 대표는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된 26일 “내부에서 자체 조사 중”이라며 관련 직원 12명 중 9명을 해고했다. 직원들이 하마스의 지난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기구에서 일하는 약 1만2000명 가운데 약 10%인 1200명이 하마스 또는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에 연루돼 있고, 상당수 직원이 무장단체에 가까운 친척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구 직원들이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뒤부터 깊은 관계를 맺기 시작했고, 이후 정보원이 되어 하마스의 일을 군사적·정치적으로 적극 도왔다는 게 이스라엘 정부의 설명이다.
기구 직원들을 둘러싼 의혹이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자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현재 주요 기부국 25곳 가운데 미국·일본·스위스 등 12곳이 자금 지원 중단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지원규모 3위인 유럽연합(EU)은 유엔에 긴급 감사를 요구하면서도, 자금 지원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연루된 직원들 혐오스런 행동엔 대가가 따라야 하지만,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을 징벌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라차리니 대표도 “일부 개인의 범죄 행위 혐의 때문에 한 기관과 그 기관이 봉사하는 지역사회 전체를 제재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 보고서에 대해선 가자 전쟁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이스라엘이 국제 여론을 뒤집기 위해 공개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의혹이 불거진 것은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6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학살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임시조처를 명령한 직후였다.
하지만, 기구에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게 이스라엘에 득이 될지 미지수다. 뉴욕타임즈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에서 식량 배급과 난민 관리 등 주된 역할을 해온 기구가 붕괴되면 누가 그 공백을 메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군 관계자 일부도 기구의 역할을 대체할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지원금마저 끊기면 이스라엘이 더 많은 난제를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230만명에 달하는 가자 주민 상당수는 집에서 떠나 기구가 운영하는 난민캠프와 학교 등에 대피해 구호품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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