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족 반발 "尹 특별법 거부권, 역사에 남을 죄"
이태원 유족 "정부, 159명 희생자 외면"
"유가족들이 오직 바라는 건 진상규명"
"정부는 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 모욕"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정부가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하자 이태원 유가족들이 강력 반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비판했다.
검은색 패딩에 보라색 목도리를 맨 유가족들은 삭발한 모습으로 자리했다. 앞서 유가족 11명은 특별법 공포를 호소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한 바 있다. 또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은 국민에 대한 거부다' '진실 말고 필요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하라'고 적힌 피켓도 들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 규명을 해달라고 목소리 높여왔다"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정부·여당과 윤 대통령은 159명의 희생자들을 외면했고 그 가족들조차 송두리째 외면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던가. 유가족들이 오직 바라는 것은 진상규명이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유가족들의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 어떻게 진상규명의 책임은 외면하면서 돈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이렇게 모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159명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 정부야말로 '위헌 정부'이지 않은가"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질의응답에서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특별법 통과)가 아직 완전히 무산된 상황이 아니라서 국회의원들에게 한 번 더 호소를 할 생각"이라며 "다만 저희는 특별법·특수조사위원회가 아닌 그 어떤 것도 정부 측과 논의할 생각도 마음도 없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정부의 특별법 재의요구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일례로 정부는 조사위원회가 조사 대상자 및 참고인에 대해 영장 없이도 동행명령을 하고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하며, 자료 제출 요구 거부를 사유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체의 자유와 같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의 근거로 삼은 바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등 과거 조사위원회에 모두 있었던 권한이며, 위헌성이 문제가 된 적이 없고, 특조위는 검사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 이후 검사의 청구 및 법원의 발부 등의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심의한 후 의결했다.
특히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의 내용이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의요구안 심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 총리는 먼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검찰·경찰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이 이미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법안에 따라 특별조사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도 밝혔다.
이후 정부의 특별법 재의요구권 의결 이후, 윤 대통령은 이날 중 이를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가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적 과반 출석·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재의결되고, 이에 미달하면 폐기된다.
특히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 후 관계부처와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왔다.
이날 정부는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는 한편, 피해자 배상에 방점을 둔 별도의 지원 방안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가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재정적·심리적 지원 확대 ▲희생자 추모 공간 건설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 구성 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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