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남중국해 타이핑다오 방문하나…영유권 분쟁 속 파장 주목
대만에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타이핑다오(太平島) 방문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타이핑다오는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위치한 섬이다. 대만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차이 총통이 이곳을 방문할 경우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극할 수 있어 파장이 주목된다.
30일 중앙통신사 등 현지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대만이 타이핑다오에서 진행한 항만 준설 및 부두 개조 공사가 최근 마무리된 가운데 다음달 열리는 준공식에 차이 총통이 참석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이핑다오는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에서 1500㎞ 정도 떨어져 있는 섬이다. 면적이 0.49㎢인 작은 섬이지만 스프래틀리군도에서 자연섬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대만은 1958년부터 이곳에 군대를 주둔시켰으며 2000년대 들어 관할을 해경으로 바꿔 실효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이곳이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는데 있다. 중국과 필리핀은 최근 스프래틀리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도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다. 지난해 대만이 타이핑다오 인근에서 군사 훈련을 했을 때도 베트남 등이 주권을 침해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차이 총통의 방문은 이런 주변국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천수이볜(陳水扁)·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이 재임 당시 한 차례 타이핑다오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차이 총통은 집권 후 아직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2016년 마잉주 당시 총통이 타이핑다오를 방문 했을 때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반발했고, 미국도 같은 취지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만 정치권에서는 차이 총통의 타이핑다오 방문에 대해 당위론과 신중론이 엇갈린다. 지난 29일 열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회의에서 일부 입법위원은 차이 총통의 섬 방문을 촉구했다. 라이루이룽(賴瑞隆) 입법위원은 “국제정세에 긴장 관계가 있지만 타이핑섬은 중화민국(대만)의 영토인 만큼 할 일은 해야 하며 차이 총통이 국가 지도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국가 원수로서 적절한 기회가 있다면 참석해야 하며 그것을 거리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 소속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천수이볜·마잉주 전 총통도 타이핑다오에 간 적이 있다”며 “차이 총통이 현지 공사를 완료한 후 섬을 찾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차이 총통 방문을 지지했다.
반면 제2야당인 민중당 장치루(張其祿) 입법위원은 “총통 방문은 주권을 상징하지만 국제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 시점에서 긴장을 높일 필요가 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국제적 관심과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대만 연합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홈페이지상에서 여론조사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조사에 참여한 262명 중 224명(85%)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유리하기 때문에 차이 총통이 당연히 타이핑다오를 방문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안(중국과 대만)간 긴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11%(29명)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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