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자사주 마법 문제 풀겠다…공시도 강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자사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상장회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한편, 인적분할된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는 경우 상장 심사 과정에서 회사가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겠다”며 “이를 통해 기업 재편과정에서 대주주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했던 문제(자사주 마법)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의 견제와 감시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자사주 처분 시, 처분의 목적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 모두발언 전문이다.
논의배경
흔히 자사주(自社株)라고 불리는 자기주식(自己株式)은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을 뜻합니다. 과거에는 자사주 취득을 기업이 시설투자나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본을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금지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취득하여 소각하는 것이 주주에게 기업 성과를 환원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국내에서도 1992년부터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대주주가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개 세미나, 전문 연구용역 등을 통해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현행 자기주식 제도의 문제점
시장의 많은 분들은 현행 자사주 제도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첫 번째, 인적분할 과정에서 나타나는 최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문제입니다. 자사주는 의결권과 같은 대부분의 주주권이 제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인적분할의 경우 관련 법령과 판례의 태도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이 관행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주주의 추가적인 출연 없이도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소위 ‘자사주 마법’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문제입니다.(인적분할 추진 회사가 자사주 보유시, 동 자사주에 대해 신설회사 신주를 배정 → 대주주는 배정된 신주만큼 신설회사에 대한 간접적 지배력 확보)
둘째, 자사주와 관련된 정보가 시장에 적시에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자사주 취득 이후 기업의 처리 계획(소각, 처분) 등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공시가 미흡한 상황입니다. 자사주 보유의 적정성, 향후 자사주 처분 계획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사주가 주주환원이라는 본래의 제도 취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사주는 배당과 더불어,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공유하는 대표적 수단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에는 소극적이며, 특정한 목적 등을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EU, 일본, 미국 등 주요국가들과 크게 다른 상황입니다. 독일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규모를 초과하여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소각 또는 매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본 및 미국의 일부 주(州)와 같이 자사주의 취득을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는 경우에도, 인적분할시 신주배정과 같은 권리를 엄격히 금지하는 방식을 통해 일반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사주 개선방향
정부는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첫째, 기업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개선하겠습니다. 상장회사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한편, 인적분할된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는 경우, 상장 심사 과정에서 회사가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보호 방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 재편과정에서 대주주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했던 문제(‘자사주 마법’)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둘째, 자사주의 취득, 보유, 처분 등 전과정에 대해 시장에 보다 투명한 정보가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는 경우 자사주 보유 사유 등에 대한 상세한 공시의무를 부과하겠습니다.
또한 임의적인 자사주 처분에 대한 시장의 견제와 감시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자사주 처분시, 처분의 목적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강화하겠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사주가 주주환원이라는 본래의 제도 취지에 따라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자사주 취득 과정에서의 규제 차이를 해소하는 등 자사주 제도 운영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문제들을 꼼꼼히 점검하여 개선하겠습니다.
마무리
자사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사주가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이를 규율하는 방식과 강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기업경영활동을 위해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실질적 수요를 감안하여 시장의 자율성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하고 때로는 대립되는 의견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금번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사주가 더 이상 대주주의 편법적인 사익(私益) 추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제도 본연의 취지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자본시장의 저평가(Korea Discounts)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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