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티모시 샬라메와 대결? 윤여정·최민식과 연합"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도그데이즈'로 또 한 번 마성의 매력을 발휘했다. 배우 윤여정, 김서형에 강아지까지 찰떡 케미를 이루며 새해 활동 포문을 활짝 열었다.
유해진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개봉(2월7일)을 앞두고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취재진과 만나 영화 개봉을 앞둔 심경과 촬영 에피소드에 관련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도그데이즈'는 성공한 건축가와 MZ 라이더, 싱글 남녀와 초보 엄빠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갓생 스토리를 그린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다. 윤제균 감독의 쌍천만 흥행작 '해운대' '국제시장'을 비롯해 영화 '공조' 시리즈 등을 만든 제작사 JK필름의 신작이다.
유해진은 극 중 민상 역할을 맡아 새해 극장가에 컴백을 알렸다. 민상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로 마련한 건물이 너무나 소중하지만 직장에선 치이기 바쁜 평범한 직장인. 계획형 싱글남 민상은 자신의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면 한껏 예민해지지만 속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인물로, 유해진 특유의 개성과 수더분한 매력이 더해져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탄생됐다.
특히 유해진은 건축가 민서 역의 윤여정과 신선한 조합을 완성해냈을 뿐만 아니라, 사사건건 부딪치는 동물병원 원장 진영 역의 김서형과 티격태격-멜로를 넘나드는 호흡, 그리고 유기견 치와와 차장님(와와)과의 예측불가 케미까지 다채로운 활약을 펼쳤다.
유해진은 눈물을 흘리며 '도그데이즈'를 감상했을 정도로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기대를 내려놔서 아주 좋게 봤다. 왜냐하면 우리 영화가 되게 소소한 이야기이지 않나. 뭐 시나리오 읽은 정도겠지 했는데, 영화를 정말 잘 봤다. 각 인물들끼리 엮은 것도 잘 엮어있고. 제 작품을 보면서 울기 쉽지 않은데 두세 번 정도 울면서 봤다. 개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 건지, 이상하게 그냥 눈물이 나더라. 강요 없이 스며든 느낌이 있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이어 그는 "어제 운동하는데 영화 쪽 관계자를 만났다. 시사회로 '도그데이즈'를 보셨다는데 자기는 반려인이 아닌데도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사실 강아지 알레르기나 과거에 물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 말고는 '개가 끔찍이 싫다' 이런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 그만큼 우리 주변에 강아지라는 존재가 가깝게 있어서, 안 키워본 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있을 거 같다"라고 깊은 공감대를 자신했다.
그 어렵다는 동물과의 촬영을 소화한 소회는 어떨까. 유해진은 "사실 저는 '도그데이즈'를 되게 걱정했던 게 강아지들이랑 어떻게 촬영하려고 그러나 싶었다. 제가 예전에 동물 영화 출연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는데, 내가 못하겠다고 그랬다. 그 영화는 결국 다른 배우가 했다. 왜냐면 제가 '전우치'(2009)도 해보고 그래서 안다. 동물과의 촬영은 참 진짜 힘들다. 슛 들어가기 전에 잘했던 애가, 슛 들어간다고 해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다행히 차장님은 크게 말썽은 없었다. 예전에 키웠던 치와와 생각이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특히나 유해진은 2016년 tvN '삼시세끼 고창 편'에 반려견 겨울이(웰시코기)와 함께 출연했을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반려인. 겨울이를 무지개다리로 떠나보낸 뒤엔 자택에 따로 추모관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이에 유해진은 겨울이를 추억하며 '도그데이즈'에 남다르게 이입했다. 그는 "이전에 강아지를 키우긴 했지만 죽는 걸 못 봤다. 학교에 다녀 왔는데 없어져서. 직접 눈앞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건 겨울이가 처음이었다. 저도 영화에서 나온 한 장면처럼 안락사를 시켜서, 그 신을 잘 못 보겠더라. 반려견의 죽음이 진짜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겪어보니까 정말 힘들고, 진짜 오래갔던 거 같다. 그 아픔이 한 3년은 갔다. 3년 된 어느 날 아버지 제사를 지내며 형들과 술을 무지하게 먹고 우연히 애견숍을 지나간 적이 있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개가 눈에 들어 오더라. 그제야 시간이 그렇게 됐나 보다 싶었다. 진짜 울기도 많이 울고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유해진은 "겨울이 하고는 사연이 많다. 별 이상한 일도 많이 겪었다. 함께 산에 갔다가 겨울이 때문에 멧돼지에 쫓긴 적도 있고, 제주도 여행을 같이 한 달씩 캠핑하며 지내고. 겨울이랑 캠핑 가면 엄청 든든한 거 아시냐. 조금만 소리가 나면 왈왈 짖었다. 근데 단점은 사람이 오면 발라당 누워버린다(웃음). 영화 '택시운전사'(2017) 촬영장에도 겨울이를 데려가곤 했다. 겨울이가 오리를 좋아해서 태블릿 PC로 오리 울음소리를 들려줬던 기억이 난다. 오리 인형도 사줬다"라고 여전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월드 스타'로 거듭난 대선배 윤여정과의 첫 호흡엔 떨리는 마음을 표출, 눈길을 끌었다. 유해진은 "윤여정 선생님과 처음이라 어떤 분인지 잘 모르고, 또 아카데미 수상을 다 떠나서 정말 큰 선배님이시지 않나. 그래서 실수하면 어쩌나 긴장을 진짜 많이 했다. 대사를 씹으면 어떡하지, NG가 날까 봐도 걱정되고 NG가 났을 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 이런 것도 신경 쓰였다. 근데 대기 시간에 보니 김덕민 감독님과 되게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내더라. 몇몇 친한 스태프들과도 얘기 나누시는 거 보면서 정말 인간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때 좀 마음이 놓였고, 이때다 싶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윤여정에게 자극받은 긴장감은 좋은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유해진은 "정말 오랜만에 새롭게 긴장을 했다. 모처럼 어른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후배들은 선배가 이상하게 해도 '저 사람 왜 저렇게 하지, 선배님 해석을 왜 그렇게 했냐' 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근데 선배님들과 할 때는 아니니까, 내 생각과 다르다 싶으면 더 공부하게 되고 그런다"라고 에너지 가득한 면모를 보였다.
'도그데이즈'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에피소드도 윤여정이 MZ 라이더 진우 역의 탕준상과 이끈 장면이었다. 유해진은 "윤여정 선생님이 탕준상에게 해준 대사에 울컥했다. 선생님이 '늙어 봤어? 나는 젊어 봤어' 하며 꼰대 같은 충고가 아니라 되게 좋은 조언을 해주시지 않나. 나도 저런 얘기를 할 때가 돼서 그런가, 그게 왜 이렇게 짠하게 느껴지던지. 나도 이제 청춘에 대해 들을 나이는 아니고, 지나온 입장이 되었는데 자신 있게 늙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낭비하지 않는 청춘을 보내라'라는 말도 정말 따뜻했다. 윤여정 선배님의 드라이한 톤에 잘 매치가 되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난 어른이니까 들어' 이런 얘기가 아니라,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하는 윤여정 선생님의 전달 방식이 고급지고 부담 없이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울리는 방식이 신파처럼 울리는 게 있고 그러지 않는데도 눈물이 나는 작품이 있지 않나. '도그데이즈'가 신파가 아닌 것처럼 잘 전달했다는 생각이다. 저도 나이를 먹고 있지만 중년이라 확 늙었다고는 볼 수 없는데 선생님이 민서를 통해 전한 메시지가 남은 제 젊은 날들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제 입장에선 모두에게 다 필요한 말인 거 같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서형과 깜짝 뽀뽀신까지, 달달한 멜로를 완성한 소감은 어떨까. 게다가 유해진은 작년 영화 '달짝지근해:7510'에서 배우 김희선과 로맨틱 코미디를 히트시키며 새로운 '멜로 장인'으로 관심을 모은 바.
이에 유해진은 "멜로 장인? 이제는 안 들어올 때도 됐다. 작품이 연달아 나와서 그렇지, 그 사이에 안 뽀뽀 작품도 많았다. 근데 젊었을 때 했으면 좀 다른 멜로였을 거 같다. 이를 테면 초반부터 불타는 멜로. 저는 '럭키'(2016) 때도, '도그데이즈'도 그렇고 다 느지막이 사랑에 빠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그는 앞머리를 한껏 뒤로 쓸어올리며 "김서형이 매번 이렇게 세게, 머리카락 한올 흐트러짐 없는 올백 헤어스타일로 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저는 이번에 머리를 내린 게 정말 반가웠다. 얼마나 인간적이냐. 털털하다 못해 인간적인,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서 좋았다. 그래서 스크린에 탁 나왔을 때 '우와' 하면서 봤다. 김서형에게도 '이런 역할 많이 해' 말하기도 했다. 되게 반가웠다"라고 김서형의 연기 변신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유해진은 할리우드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묘한 인연에 대해 언급하기도.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연달아 흥행 맞대결을 벌이게 된 것. 유해진은 2월 7일 '도그데이즈'에 이어 2월 22일엔 '파묘'를 선보인다. 이와 비슷한 시기 티모시 샬라메는 31일 '웡카', 2월 28일엔 '듄: 파트2'로 한국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는 2월 극장가 최대 빅매치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에 관해 유해진은 "저 혼자 대결하는 게 아니니까. '도그데이즈'엔 윤여정 선생님이 계시고, '파묘'엔 최민식 선배님도 계시지 않나. 또 조진웅의 '데드맨'도 '도그데이즈'와 같은 날 개봉하고. 다 같이 연합해서 싸우는 거라는 생각이다"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웡카'의 정정훈 촬영감독님이 저랑 '부당거래'(2010)를 함께했다. 저번에 한국 왔을 때도 잠깐 뵀다. 정 감독님이 미국촬영감독협회의 정식 회원이라는 기사를 봤는데 정말 뿌듯하더라"라고 기뻐했다.
이내 유해진은 "사실 흥행 부담감은 늘 있다. 관객분들한테 '이제 유해진 거 못 보겠다' 이러지 않게 해야 하니까. 어떻게 보실지, 항상 이런 생각을 갖고 임한다. 흥행이 안 되면 개인적인 것도 없진 않겠지만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좀 더 미안함이 있다. 믿고 투자했던 사람들, 같이 했던 스태프들에게. 물론 제가 다 짊어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도 그렇지만 그들도 힘 빠지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흥행이 확 되고 이런 것보다는 손익분기점만 잘 넘겼으면 좋겠다. 요즘은 다 그게 큰 소망 아니겠나"라고 허심탄회하게 주연 배우의 무게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유해진은 "제가 '삼시세끼', '텐트 밖은 유럽' 등 예능을 할 땐 릴랙스 한 모습을 보여드리지만 영화 현장에선 되게 예민하다. 영화 현장도 그런 릴랙스가 중요하긴 하지만 주연이든 조연이든 넋을 놓고 있으면 정말 (작품이) 산으로 간다. 이야기의 맥을 놓치기 시작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정신 놓고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많다. 그래서 말 한마디, 대사가 뭐가 더 좋은 게 있을까, 슛 들어가기 전엔 계속 생각의 연속이다. 어떤 작품이든 늘 긴장을 잡고 가야 하는 게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현장에서만 좋았구나, 후회를 엄청 하게 된다"라고 진중하게 얘기했다.
끝으로 유해진은 '삼시세끼' 새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 절친한 배우 차승원과 함께하는 인기 예능으로, 지난 2020년 '삼시세끼 어촌편5'를 끝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지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유해진은 "그런 생각도 한다. 만약에 한다면 예전 같은 에너지가 있을까. 차승원이나 저나 계속 방구석에만 있을 거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나. 티격태격도 별로 없어질 거 같고. 서로 그냥 나이 먹은 중년 부부처럼, 노년을 바라보는 부부처럼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나영석 PD님도 승산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냥 제 생각이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다만 유해진은 "이제는 '삼시세끼'보다 차승원, 손호준과 어디 슬슬 여행 다니는 '세끼보다 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꽃보다 너'는 어떻나. 제목을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라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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