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미 "보복" 강조했지만…바이든 외통수 되나

남승모 기자 2024. 1. 3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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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르단 내 미군 주둔지 '타워 22' 위성 촬영

현지시간 21일 뉴욕타임스는 전문가 등을 인용해 중동의 미군 부대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수록 미군의 사망 위험은 커진다며, 이는 확전 국면으로 가는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미래를 내다본 걸까요? 채 일주일도 안 돼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현지시간 27일, 시리아와 인접한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에서 미군 3명이 친이란 무장단체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겁니다.
 

바이든 "반드시 응징"…확전은 원치 않아


미국은 즉각 보복을 천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밤에 중동에서 힘든 날을 보냈다. 세 명의 용감한 영혼을 잃었다.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도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이란과의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이란 정권과 군사적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그것(공격)에는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반드시 보복은 할 건데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에 브리핑에서도 질문이 나왔습니다. 한 기자가 이란 영토 내부를 타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냐고 묻자 "어떻게 할지 예고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건은 심각한 공격이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는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공격과 확전 방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이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쉬운 답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은 국가안보팀과 만나 여러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역시나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서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응징할 것"이라며 "(실행에) 앞서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겠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그 대응은 여러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며, 지속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응징이 적어도 한 차례 폭격이나 공격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겁니다.
 

이란에도 책임 묻겠다는 미국…어떻게?

미국의 발언으로 볼 때 아직 누굴 대상으로 어디까지 공격할지 명확히 정해지지는 않은 걸로 보입니다. 미 국방부 브리핑만 봐도 아직 최종 평가 단계가 아니며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이란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이 배후에 있음을 안다"며 "이란은 계속 이들 단체가 이런 공격을 하도록 무기와 장비를 제공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국 군인 3명이 숨지고 약 40명이 다친 만큼 미국도 이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게 됐습니다. 정권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가시적 조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안보 무능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지난 2021년 아프간 철군 때 도망치듯 빠져나온 뒤 안보 실패 논란을 겪었던 바이든 정부로서는 이번 조치가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번 사태가 오는 11월 대선의 결정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이번 공격을 감행한 대리 세력을 넘어 배후로 지목된 이란을 직접 타격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방의 테러 대리 단체뿐 아니라 미국의 피를 명예의 휘장으로 달고 있는 이란 후원자들에게도 심각하고 상당한 값을 치르게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말하기 쉽고 듣기 시원한 소리이지만 정권을 책임진 대통령 입장에서 결코 쉽게 결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이란 때리자' 하니 확전이…'안 때리자' 하니 대선 민심이


대선을 앞둔 바이든 정부는 그간 어떻게든 확전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을 오가며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민병대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고 불리는 친이란 세력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혔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도 최근 미국 내부의 피로감이 커지면서 난관에 처한 상태입니다.

이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늪에 빠져 있는 바이든 정부가 본격적인 중동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이란과의 충돌에 나서는 건 너무나 큰 모험입니다. 그렇다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야당인 공화당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일단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는 걸로 지목된 무장단체 '카타이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이 단행될 걸로 보입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이란이 미군을 몰아내기 위해 이라크에서 조직한 무장조직입니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이번 사건을 공화당과 트럼프가 그냥 둘 리 없습니다. 또 굳이 공화당이 아니더라도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인 미국에서 해당 단체에 대한 보복만으로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외통수나 다름없는 상황을 맡게 된 바이든 정부가 어떤 묘안을 내놓을까요? '유가와 무역로'가 걸린 중동 상황에서도, '바이든이냐 트럼프냐'를 가를 미국 대선에서도…. 어느 것 하나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편치 않은 하루하루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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