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헝다 날벼락 당장은 피한다지만… 부양책도 무용지물
청산은 예상 범위… 최종 청산도 불투명
악재 피했지만 각종 부양책 효과도 시들
”경제 전반 부양·투자자 신뢰 강화 필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이 홍콩에서 청산 명령을 받았지만, 당장 중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청산 명령은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던 데다, 본토 자산을 포함한 최종 청산까지는 또다시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호재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각종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경제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 신뢰 자체가 바닥난 탓에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는 30일 오후 1시 35분(한국시간) 전일 대비 0.62% 하락한 2865.6을 기록 중이다. 선전성분지수 역시 0.89%로 낙폭이 크지 않고,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도 -0.79%로 1%대 하락선은 넘기지 않고 있다. 다만 홍콩 증시 약세는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항셍지수와 홍콩H지수(HSCEI) 모두 각각 1.95%, 2.17%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날 홍콩 법원이 헝다에 내린 청산 명령의 여파다. 헝다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대출 제한이 시작되자 2021년 말 외화 표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후 2조3900억위안(약 443조원)의 빚에 허덕이며 투자자, 당국과 부채 조정 협의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청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날 헝다 주가는 20% 넘게 급락했고, 그룹 관련 주식들은 거래가 중단됐다.
당장 중국 증시가 헝다 청산으로 인해 폭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먼저 헝다 사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데다, 헝다가 청산을 피하기 위해 제시한 구조조정안이 모두 거절당한 만큼 청산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 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사태는 새로운 이슈가 아닌, 2년 6개월 이상 지속된 이슈라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헝다의 최종 청산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 홍콩 법원이 청산을 결정한다 해도, 본토 법원이 이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헝다의 대부분 사업은 본토에서 운영되고 있어 자산 압류를 위해선 본토 법원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결국 최종 청산까지 또다시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크레딧사이트의 제를리나 쩡 수석 신용 애널리스트는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이 본토에서 집행될 수 있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홍콩 법원과 본토 법원 사이 파산 절차에 대한 상호 인정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집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헝다 청산으로 인해 크게 출렁이지는 않고 있지만, 각종 부양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우려는 커지고 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22일 주식시장 안정을 강조하면서 ‘강력한 조치’를 주문했고, 바로 다음 날 역대 최대 규모인 2조위안(약 372조원)의 증시 안정화 기금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시에 ‘국가대표 펀드’를 조성해 최소 3000억위안(약 56조원) 이상의 주식 매입에도 나선다는 방침을 내놨고, 공매도 제한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미 중국 경제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증시 부양책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중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자국 이익 위주이자 주먹구구식 규제,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한 결과물”이라며 “증시 부양책이 아닌 경제 전반에 걸친 강력한 부양책이 보다 정답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 증시는 미국 금리 인하와 맞물려 반등할 타이밍이 됐지만, 투자자 신뢰를 잃은 탓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당국이 헝다 청산에 어떤 정책적 자세를 취할지도 중국 증시의 장기적 향방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헝다 홍콩 법인 청산에도 불구하고 본토 헝다 등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 조치가 없이 또다시 시간을 끄는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이 진정되기보다 확산될 위험이 커질 것”이라며 “동시에 글로벌 투자 자금의 탈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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