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U-16 축구대표팀 백기태 감독 '성적보다 성장... 빠르고 용맹한 축구하겠다'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남자 U-16 대표팀이 지난 22일부터 경주에서 소집훈련을 실시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훈련은 1차(22일~26일)와 2차(27일~31일)로 나뉘어 치러진다. 작년 U15 크로아티아 국제친선대회, 한일교류전, EAFF 챔피언십 등 각종 대회 관찰을 통해 선발된 56명의 선수가 각 차수에 28명씩 투입됐다. U-16 대표팀은 이번 소집을 통해 22명의 선수단을 꾸려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국제친선대회에 참가한다.
특히 이번 소집훈련은 지난해 12월 백기태 감독이 17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진행되는 첫 일정이다. U-16 대표팀은 차기 U-17 대표팀으로, 올해 10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예선을 앞두고 있다. U-16 대표팀은 내년 열리는 AFC U-17 아시안컵 본선을 거쳐 FIFA U-17 월드컵 출전까지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백 감독은 지난 23년간 포항스틸러스에서 유소년 지도자로 활동했다. 포항 출신으로 포항제철공고와 포항스틸러스에서 선수로 뛰었던 백기태 감독은 은퇴 후 포항제철동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포항제철중과 포항제철공고에서 코치, 포항제철동초와 포항제철고에서 감독을 맡았다. 김승대, 이명주, 황희찬, 고영준, 홍윤상 등 각급 대표팀 선수들과 포항스틸러스의 주축 선수들이 백 감독의 지도를 거쳐 성장했다.
경주 소집훈련 중 진행된 인터뷰에서 백기태 감독은 “첫 소집인 만큼 선수들과 서로 알아가는 단계다. 이번 소집에 발탁된 선수들은 이미 기술을 갖추고 있는 자원들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나 집념 등 선수들의 간절함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빠르고 용맹한 축구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기태 감독과의 일문일답.
- 지휘봉을 잡은 후 첫 소집이다.
선수들에게 기대감이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는 선수들끼리 서먹하기도 한데 차츰 친해지면서 분위기도 좋아질 것 같다. 내가 선수들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데 오히려 서로가 잘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합을 맞춰 나가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소집을 시작으로 추후 일정에서의 대표팀 윤곽을 그려나가도록 하겠다.
- 대표팀에서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싶은지.
빠르고 용맹한 축구를 펼치고 싶다. 그러한 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있어야 한다. 키가 작은 선수라도 키 큰 선수를 상대로 경합해 이길 수 있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 세밀하게는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할 거다. 경기를 펼치다보면 우리가 밀릴 수도 있고 주도할 수도 있다. 각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선수들이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도울 거다.
- 이전까지 포항스틸러스(K1)에서 유스 디렉터로 활동했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도움이라기보다는 결국 선수 스스로의 태도가 중요하다. 훈련을 성실히 하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기량도 따라올 수 있다. 어린 선수들 입장에선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면 안일해지거나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정신적인 부분을 다잡아주는 게 내 역할인데 유스 디렉터로 활동하면서도 그 역할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잔소리를 할 때는 잔소리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자만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줄 것이다.
- 포항제철동초부터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까지 초중고팀 지도를 오래 해왔다. 당시와 대표팀 지휘는 다른지.
많이 다르다. 대표팀은 전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다. 선별하는 과정도 어렵고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도 내가 대표팀에 오기 전부터 전임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관찰해왔기 때문에 도움도 많이 받았다.
- 이번에 소집한 선수 중 가운데 2월 스페인에서 예정된 국제친선대회에 나설 명단을 꾸려야 한다. 감독님만의 기준은.
22명을 데려갈 예정이다. 스페인 국제친선대회는 추후 아시안컵과 월드컵 여정을 준비하는 담금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다. 이번에 소집한 선수들은 모두 기술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결국 선수 발탁은 동료를 도와주려는 마음, 헌신 등의 태도가 결정할 거라 본다.
- 그동안 포항제철동초, 포항제철고 감독을 수행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기에 기대하는 시선도 많은데 부담감은 없는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동안 성적을 냈던 건 나 혼자서 만든 게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함께 도와준 결과다. 하지만 포항에서만 거의 평생을 보냈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내 축구 스타일을 알 거라 본다. 이번 대표팀 감독직은 나에게도 증명의 자리다.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는데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행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나의 능력치도 끌어올려야 한다.
- 최근 연령별 대표팀의 성적이 대체로 좋았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을 것 같은데.
지도자 입장에서 당연히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연령별 대표팀에선 성적보다 성장이 중요하다. 경기에서 이겨야만 성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패배한다고 해서 성장이 멈추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준비하는 걸 토대로 차근차근 나아가면 성적은 이후에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믿는다. 과거 포항제철고 시절 지도했던 고영준, 홍윤상, 김주환 등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다.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 이들이 훗날 A대표팀에서도 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 내년에 예정된 U-17 아시안컵과 U-17 월드컵까지도 준비해야 한다.
우선 부상이 없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부상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에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생겼을 때, 혹은 누군가가 경기 중 퇴장을 당했을 때 등을 대처하기 위해 플랜B를 잘 만들어야 한다. 당장의 목표는 올해 말에 예정된 아시안컵 예선을 잘 거쳐 내년에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과 월드컵 진출권을 확보하는 거다.
- 남은 소집 기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앞서 말했다시피 아직은 서로 서먹한 분위기도 있지만 다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선수단 가운데서도 스페인 국제친선대회를 갔다 오면 약간의 변동도 불가피하다. 대표팀에 당연하게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선수들이 안일해지지 않고 간절함을 잃지 않도록 서로 지속적인 경쟁을 치르게끔 유도해 소집을 잘 마무리하려 한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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