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건강 365] 한국인에 딱 맞는 인공관절 나왔다
관절 건강을 일상 속에서 제대로 지키는 방법은 뭘까. 이번 호부터 시작하는 ‘관절건강 365’에선 관절 전문 의료진들을 통해 관절 건강 지키는 법, 관련 연구성과, 첨단 재생 의료 등 다양한 관절 관련 의료 소식을 한 걸음 더 깊이 전한다.
한국형 인공관절이 나와 화제다. 고용곤 정형외과 전문의는 한국인 1만2306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PNK 인공관절이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과 함께 관절 전문병원의 합작으로 2023년 11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PNK란 ‘Preservation of Normal knee Kinematics(정상적인 무릎 운동)’의 약자로, ‘한국형 인공관절’이다. 고 전문의에 따르면 이는 국내 환자 무릎관절 데이터를 활용했고, 한국 생활방식을 고려했다.
◆1만명 넘는 환자 데이터 활용 제작=고 전문의에 따르면 한국형 인공관절인 PNK는 한국 최초로 실제 국내 환자의 무릎관절 MRI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됐다. 1만2305명의 무릎관절 자기공명 영상장치(MRI)로 촬영한 데이터를 3차원 모델로 재구성한 뒤 넓적다리뼈 관상 곡률과 사상 곡률을 정밀하게 측정해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국내 환자의 해부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해 무릎관절 크기와 연골 두께 등이 한국인에게 최적화돼 있다는 설명이다.
고 전문의는 PNK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관절 가동 범위를 평균보다 끌어올린 점을 꼽는다. 그는 평균 120도 내외로 구부릴 수 있는 기존 인공관절보다 넓은150도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좌식 생활로 관절 사용범위가 넓어 이를 고려한 것이다. 또 연골 역할을 하는 베어링의 호환 종류는 12가지로, 기존 3세대 인공관절 평균보다 종류가 많아 선택지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진과 엔지니어가 함께 연구‧개발한 점도 주목할만하다는 주장이다. 기존 인공관절은 대부분 의료기기 회사가 디자인하고 병원이 의견을 주는 형태로 개발됐지만, 최근 출시된 PNK는 공학도와 의료진이 병원 자체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한 제품이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진과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함께 개발해 인공관절의 장점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FDA 승인으로 안전성 입증=고 전문의는 PNK로 우리나라 인공관절 시장이 새로운 도약을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은 미국과 유럽회사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 한국인 관절 데이터로 만든 국산 제품이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전문의에 따르면 PNK는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는 PS(PCL-Substituting) 타입과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CR(Cruciate-Retaining) 타입을 모두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선 좌식 생활 때문에 PS 타입을 90% 이용한다.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는 쪽이 추후 고굴곡으로 무릎을 구부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PNK는 두 가지 버전이 모두 있으므로 서양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이다. FDA 승인으로 우리 관절을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 것은 이런 장점을 잘 뒷받침한다. 고 전문의는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점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FDA 허가를 받으려면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출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PNK는 지난 2022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채 2년도 안 돼 미국 FDA 승인을 얻어냈다. 수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술받은 환자 평가도 긍정적이다. 고 전문의에 따르면 환자 500여명에게 PNK 인공관절을 삽입한 결과, 수술 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무릎을 구부리기가 부드럽고 편하며, 통증이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평가했다.
고용곤 정형외과 전문의는 “한국형 인공관절의 등장으로 국내 인공관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 뿐만 아니라 관절 가동 범위를 넓혀 편의성도 증대될 것”이라며 “또 한국인 정밀 데이터로 제작된 인공관절과 함께 증강현실 시스템을 수술에 접목하면 수술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고, 개인별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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