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서, 젊을 때 제대로 평가 받고자"…24.5억 만족 없다, 2년 뒤를 노린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민경 기자] "샐러리캡이나 여러 문제로 내가 아쉬운 게 있어 4년을 다 뛰기는 나이가 많이 들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번 더 제대로 평가받고 싶었다."
두산 베어스 필승조 홍건희(32)는 올겨울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하는 기쁨도 잠시, 계약 내내 난항을 겪으면서 심하게 마음고생을 했다. 두산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면 경쟁 구단이 붙어야 했는데, FA A등급이라 보상 규모가 크다 보니 다른 구단이 적극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지 않았다. 사실상 원소속팀 두산을 최후의 선택지로 두고 협상을 이어 가야 했고, 지난 25일 2+2년 총액 24억5000만원 조건에 사인했다. FA 개장한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홍건희는 이대로 두산과 4년 계약을 하기는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다. 두산은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에서 111억8175만원으로 1위에 오른 팀이었다. 지난해 샐러리캡 상한액인 114억2638만원에 2억4463만원밖에 여유를 남기지 못하고 간신히 페널티를 피했다. 두산은 올겨울 내부 FA 양석환과 4+2년 총액 78억원 계약까지 진행했다. 구단은 홍건희와 협상을 이어 가면서 "샐러리캡은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홍건희에게 책정한 일정 금액 이상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홍건희는 두산에 옵트아웃을 포함한 2+2년 계약을 요구했다. 2년 뒤에도 필승조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면, 다시 제대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는 홍건희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처음 2년 동안은 총액 9억5000만원을 받고, 2년 계약이 끝나면 2년 15억원 선수 옵션 실행 여부를 홍건희가 선택할 수 있다.
홍건희는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하기 앞서 "다들 아시겠지만, 샐러리캡이랑 여러 문제로 내가 아쉬운 게 있었다. 4년을 이대로 다 뛰기에는 4년 뒤에는 나이가 많이 들다 보니까.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한번 더 제대로 나가서 평가를 받고 싶은 그런 게 있어 구단하고 이야기했다. 구단에서 그래도 신경을 잘 써서 옵트아웃 계약을 해주셨다. 준비를 잘해서 제대로 평가 받아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FA를 했으니 당연히 열심히 잘해야겠지만, 그런 것보다 앞으로 또 다른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나 역시도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또 잘 준비해서 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프링캠프 직전까지 계약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지만, 스프링캠프 출국에 맞춰 매듭짓고 홀가분하게 호주로 떠날 수 있었다. 홍건희는 "계약이 많이 길어져서 나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기다리는 팬 분들도 마음고생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래도 계약을 하니까 후련했다. 이제 호주에 가서 몸을 잘 만들어서 또 한 시즌 어떻게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첫 FA 권리를 행사한 보람은 있었다고. 홍건희는 "처음에는 내가 FA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하게 되니까 설레고 기분도 많이 좋았고 조금 들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협상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의도치 않은 일(에이전트 교체) 때문에 난항을 겪었고, 이래저래 좀 힘든 게 있었다. 그래도 FA 계약을 이제 했으니까. 야구 선수가 인생에서 FA 계약을 하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그런 말이 있지 않나. 그래도 내가 열심히 달려왔구나 하는 좀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힘겹게 합류한 홍건희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이 감독은 "만족할 만한 계약인지, 조금 아쉬운 계약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 다음 계약 때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옵트아웃도 있더라. 짧으면 2년, 길면 4년이지만 내가 있는 동안 관리를 잘해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했다.
홍건희는 지난해 목표했던 풀타임 마무리투수의 꿈에 올해 다시 도전하려 한다. 홍건희는 지난해 22세이브를 챙기며 뒷문을 잘 막아줬지만, 시즌 중반 힘이 떨어졌다는 판단 아래 정철원에게 보직을 내줘야 했다. 이 감독은 마무리 경쟁 구도와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는 정철원이 유력하지만, 그래도 개막 전까지 조금 더 상태를 보면서 컨디션과 구위를 봐야 할 것 같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건희는 "마무리 욕심은 당연히 있다. 캠프에 가서 좋은 선수들과 우선 경쟁해야겠지만, 나는 작년에 보직이 바뀐 아쉬움이 많다. 다시 한번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준비했다. 마무리가 안 되더라도 어느 자리든 열심히 던져야겠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할 수 있게 잘 준비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중반 구위 저하를 경험한 만큼 올해는 힘이 떨어지지 않고 한 시즌을 보내는 걸 목표로 한다. 홍건희는 2020년 두산으로 트레이드 이적한 뒤로 해마다 불펜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2020년 68⅔이닝, 2021년 74⅓이닝, 2022년 62이닝, 2023년 61⅔이닝을 던졌다. 구단은 홍건희를 비롯해 김명신, 정철원 등 그동안 이닝 부담이 컸던 필승조들이 올해 건강히 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홍건희는 "한 시즌을 건강하게 뛸 수 있게 몸 상태를 잘 체크하면서 몸을 만들어 오는 게 캠프의 첫 번째 목표다. 지난해 보직 변경은 내가 부족해서 그런 상황이 왔다고 생각한다.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올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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