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T1 발로란트 윤으뜸 감독 "2024 VCT, 무조건 우승한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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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시즌이 종료된 뒤 팀의 주전이었던 '먼치킨' 변상범과 '밴' 조셉 승민 오, 그리고 서브 멤버였던 '인트로' 강승균을 떠나보냈다. 주전이자 팀의 오더를 도맡았던 IGL(인게임 리더) '제타' 손선호 역시 서브 멤버로 내려갔다. 그 자리는 '이주' 함우주, '엑스큐레이트' 케빈 수산토, '로씨' 다니엘 아베드랍보가 채웠다. 2024 시즌에도 T1을 지휘할 윤으뜸 감독은 이번 리빌딩이 "육성과 성적을 동시에 노린 리빌딩"이라고 말하면서 리빌딩에 대해 몹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 리빌딩, 포텐셜이 높은 선수로 모았다
윤 감독은 리빌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에 둔 것을 미래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저희 선수 중 일부는 군 문제도 있고 나이도 있기 때문에 함께 길게 갈 순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당장의 성적만을 노린다면 잃을 게 많았다. 선수의 기량 육성과 심리적인 부분까지 모두 케어가 가능한 그런 로스터를 구성하고 싶었다. 당장의 성적보단 고점, 포텐셜이 높은 선수를 뽑고 싶었다. 스카우팅 방향부터 성장 기대치를 중점으로 봤고, 다행히 그런 선수들이 있어서 뽑게 됐다"라고 리빌딩 과정을 요약했다.
이런 T1의 리빌딩 방향을 상징하는 선수가 바로 '이주' 함우주다. 윤 감독은 함우주에 대해 "이미 작년 챔피언스 직전부터 영입이 예정된 선수였다. 스크림에서의 퍼포먼스를 봤을 때 못할 수가 없는 선수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저희 팀에 '사야플레이어'라는 걸출한 타격대가 있다는 점은 문제였다. 제가 감독으로 있는 한 '사야플레이어'의 위치는 계속 보장할 것이다. 그래서 '이주'가 합류할 경우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선수의 재능에 대한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윤 감독은 "궁금했던 것은 '이주'의 마인드 셋이었다. 선수들 중 어떤 선수는 당장의 연봉이나 주전 자리에 집중한다. 반면 어떤 선수는 미래 가치나 본인의 성장을 고려한다. 저는 명확히 후자를 선호하는 타입이다. '이주'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수많은 팀들이 영입을 위해 달려들었고, 심지어 계약 당시엔 주전 자리 역시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저는 '이주'에게 비전을 말했다. 저는 어떤 사람이고, 팀을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싶으며 그 속에서 '이주'라는 선수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를 원하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이주'가 당장 주전이 될 수 없다면 임대를 보내주겠다고 제안했다. 임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선수가 성장하면 무조건 쓰고 싶다는 감독의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는 며칠 고민 끝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우리 선수가 됐다"고 영입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임대까지 생각하고 영입한 '이주' 함우주였지만, 직접 함께 하며 실력을 지켜보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 윤 감독의 설명이었다. 윤 감독은 "'이주'와 함께 하게 된 이후 연습을 하는데, 첫 판을 하자마자 굉장히 잘하더라. 소위 말하는 '보법이 다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첫 판을 하자마자 주전으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감독은 "함께 하면서 느낀 '이주' 같은 경우 재능이 엄청나고 마인드도 다르다.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마인드다. 피드백을 받아도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 그리고 그릇이 크다. 당장은 손해가 있더라도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택하는 선수다.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이런 선수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선수는 DRX의 '버즈'다. '버즈'도 처음 봤을 때 재능과 마인드를 모두 갖춘 선수였다. '버즈'처럼 '이주'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이주' 함우주가 흔쾌히 T1에 합류를 결정한 케이스라면, '엑스큐레이트' 케빈 수산토 같은 경우엔 반대로 한 번의 기다림을 거친 케이스였다. 윤 감독은 "지난 시즌 시작 전 원래 '카르페' 자리로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가 '엑스큐레이트'였다. 당시엔 선수 본인이 휴식을 원하기도 했고, 발로란트 프로게이머에 대한 고민도 마치지 못한 상태라 결국 합류가 불발됐다. 이번 시즌 이적시장에서 저희가 원래 구상한 선수와의 계약 플랜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엑스큐레이트'와의 계약을 시도했다. 선수에게 입단 테스트를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줬다"라고 말했다.
'엑스큐레이트'의 첫 인상 역시 강렬했다는 것이 윤 감독의 설명이었다. 윤 감독은 "발로란트 프로 경험이 없어서 부족한 점은 있었다. 그럼에도 게임 센스나 콜, 에임 능력이 모두 말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발로란트 경험만 쌓으면 못 할 수가 없는 선수였다. 보자마자 주전으로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감독은 "단장님께 영입을 부탁드렸고, 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영입할 수 있었다. 또 퍼시픽 리그에서 동생 한 번 이겨보자는 제 어필도 조금은 통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엑스큐레이트'의 동생인 '포세이큰' 케빈 수산토는 지난 시즌 VCT 퍼시픽 우승을 차지한 페이퍼 렉스 소속의 선수다.
마지막 선수인 '로씨' 다니엘 아베드랍보의 영입은 '킹' 이승원의 이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윤 감독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젠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킹' 이승원은 2023 시즌 종료 후 T1에 합류했으나 3개월 만인 지난 12월 팀을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돼 화제에 올랐다. 윤 감독은 "'킹'은 원래 주전으로 영입된 선수였다. 당연히 재능도 출중하고 잘하는 선수다. 그런데 우리 팀의 시스템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이다보니, 그런 부분에서 힘들어했다. 선수 본인 역시 영어로 의사소통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팀에 합류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도 적응이 어려워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의사소통이 안되다보니 인게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되는 상황이 나왔다. 또 비시즌 스크림의 경우 저희 팀은 기본기를 다지는 느낌으로 많이 진행했는데, 승률이 생각보다 안나온다고 느껴서인지 아쉬움도 느끼더라. 그런 게 겹치면서 '킹' 선수 본인이 벤치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윤 감독은 "당시 이적시장이 끝나가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롭게 주전 선수를 구해야하니, 미국 쪽에서 구할 수 밖에 없었다. '로씨'는 원래부터 2부 리그에서 눈여겨보던 선수였다. 그 선수를 지도했던 감독들에게 제가 따로 물어보니, 잘하는 선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특히 미국 내에서 '독설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게임에 대해서 프로페셔널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였다. 바로 영입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고, 테스트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라고 설명했다.
긴 과정을 거친 끝에 T1의 내년 시즌 주전 라인업은 '카르페' 이재혁-'이주' 함우주-'사야플레이어' 하정우-'로씨' 다니엘 아베드랍보-'엑스큐레이트' 케빈 수산토로 구성됐다. 윤 감독은 이 로스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윤 감독은 이 로스터로 바라볼 수 있는 성적에 대해 "무조건 퍼시픽 우승한다"라고 공언했다. 윤 감독은 "물론 앞서 수 차례 말한 것처럼 장기적인 방향을 보고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연습하는 방향이랑 선수들의 컨디션을 봤을 때 무조건 우승한다고 본다. 제가 원래 인터뷰를 객관적으로 하는 타입이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성적을 당장 낼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실제로도 지난 시즌엔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국제대회는 몰라도 퍼시픽은 무조건 1등을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윤 감독이 구상하는 다음 시즌 색깔은 무엇일까. 윤 감독은 가장 먼저 '멀티 플레이'를 말했다. 윤 감독은 "저희 팀 같은 경우 '이주'나 '엑스큐레이트' 모두 맵에 따라 포지션이 바뀐다. 어떤 맵에서는 타격대를 하고 어떤 맵에서는 감시자를 플레이할 것이다. '로씨' 역시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원래 역할은 척후대다. 사이퍼 같은 감시자 요원 역시 잘 다룬다. 맵마다 유동적으로 선수들의 포지션을 바꾸면서 플레이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또 윤 감독은 콜 체계 역시 완성됐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T1의 IGL을 맡을 선수는 '카르페' 이재혁이다. 윤 감독은 "제가 IGL에게 바라는 역할은 게임 내에서의 리더십이다. 획기적인 콜을 바라지 않는다. 서브 콜러들이 많은 콜을 하고, IGL이 그 중에서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 시즌 IGL을 맡았던 '제타' 같은 경우 서브 콜러와의 밸런스를 잡는 과정에서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반면 '카르페'는 본인이 리더십 있게 콜을 수용하고 컨트롤한다. 현재 우리 팀에선 '로씨'나 '엑스큐레이트' 같은 선수들이 많은 콜을 하고, '카르페'가 그것을 취합해 팀의 전략을 결정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옳은 선택지로 가는 답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경계되는 팀은 있었다. 윤 감독은 퍼시픽 팀들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페이퍼 렉스(PRX)가 현재는 가장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저희 역시 PRX에 뒤지지 않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국내 팀들인 젠지나 DRX 역시 국제대회를 나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고, 렉스 리검 퀸(RRQ)나 팀 시크릿(TS)도 사람들이 예상보다 훨씬 잘한다. 블리드도 폭발력이 있고,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DFM) 역시 지난 시즌보단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결론적으로 훨씬 더 치열한 리그가 될 것이다"라고 다음 시즌을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윤 감독은 팬들을 향해 안심하라는 말을 전했다. 윤 감독은 "로스터 변화가 많이 발생했고, 또 처음 발표하고 나서도 로스터가 바뀌면서 불안해 하신 팬 분들이 계셨을 것 같다. 오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감독으로써 제 방향과 팀의 방향성을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 있는 선수들은 제가 원하는 방향에 공감하고 함께 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실제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조합 테스트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진지하게 임하면, 스크림 승률이 70% 이상 나온다. 너무 불안해 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 이번 시즌은 응원할 맛이 나는 시즌이 될 것이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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