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43년 역사상 최초, 1월에 감독 교체라니…KIA 새 사령탑, 이종범에게 기회 올까
[OSEN=이상학 기자]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월에 감독을 바꿔야 하는 KIA 타이거즈의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전례가 없다.
KIA는 지난 29일 김종국(51)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김종국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KIA는 27일 김 전 감독과 면담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뒤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로부터 하루 만에 계약 해지로 결별했다.
김 전 감독이 피의자 신분으로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감독직 유지는 불가능했다. KIA는 ‘검찰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 전 감독과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BO리그 역사상 1~2월에 감독이 교체된 사례는 2번밖에 없다. 지난 1987년 1월10일 롯데가 성기영 감독을 뒤늦게 선임한 사례가 있지만 당시 일본인 도이 쇼스케(한국명 도위창)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국내 감독을 외부에서 선임한 케이스였다. 이어 삼성이 2011년 1월5일 류중일 감독이 정식 취임하면서 선동열 감독이 물러났지만 감독 교체를 발표한 것은 2010년 12월30일이었다.
1월말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감독이 물러난 것은 KBO리그 43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시기 감독 공석은 지금껏 한 번도 없었다. 현직 프로야구 감독이 개인 비위로 구속 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 KIA는 시기상으로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다. 이미 모든 팀들의 코칭스태프 인선이 완료된 상황, 새 감독 선임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내부 승격과 외부 야인 영입, 두 가지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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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승격한다면…진갑용 수석? 이범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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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올해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힘을 하나로 다 끌어모아야 할 시기에 김 전 감독 사태로 캠프 시작부터 격랑에 빠졌다. 꼭 성적을 내야 할 중요한 시즌에 임시직인 ‘감독대행’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시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내부든 외부든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팀에 구심점이 생긴다.
술렁이는 팀 안정화를 위해선 내부 승격이 먼저 떠오른다. 보통 감독이 물러나고 내부 승격한다면 1군 수석코치나 2군 감독이 우선 후보가 된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게 된 진갑용 수석코치와 손승락 퓨처스 감독이 있다. KIA가 차기 지도자로 오랜 시간 공들이고 있는 이범호 1군 타격코치도 빼놓을 수 없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2020년부터 4년간 KIA에서 배터리코치, 수석코치를 맡았다. 이범호 타격코치는 2011년 선수 시절부터 오랫동안 팀에 몸담고 있다. 2021년 지도자 변신 후 퓨처스 총괄코치, 1군 타격코치를 지냈다. 진 수석과 이 코치 모두 내부 사정에 밝고, 선수단 파악에 따로 시간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손승락 감독은 지난해부터 KIA 퓨처스 사령탑을 맡고 있지만 1군 경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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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영입한다면…야인이 된 우승 감독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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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부 후보들은 1군 사령탑으로서의 경험이 없다. 감독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리빌딩 시즌이면 몰라도 올해처럼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 시기라면 성적을 낼 수 있는 경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스프링캠프를 앞둔 시기상 문제로 인해 다른 9개 구단에 있는 지도자들을 빼올 순 없다.
결국 내부 승격이 아니면 외부에 있는 야인들을 후보로 검토해야 한다. 아무래도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들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2014년부터 최근 10년간 우승 감독 중 재야의 야인으로 있는 인물은 류중일 전 국가대표팀 감독, 김기태 전 KT 퓨처스 감독, 이동욱 전 NC 감독, 김원형 전 SSG 감독이 있다.
김기태 전 감독의 경우 2015~2019년 5년간 KIA를 이끈 인연이 있다. 2017년에는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었지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KT 퓨처스 지휘봉을 내려놓는 등 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요소. 류중일, 이동욱, 김원형 등 비교적 최근까지 현장에 있었던 우승 감독들이 있지만 KIA와 특별한 접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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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이종범 코치, 레전드에게 드디어 기회 주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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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감독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나오는 후보가 있으니 바로 이종범 전 LG 코치다. 등번호 7번이 영구 결번된 타이거즈의 레전드이고, 언젠가 KIA 감독을 한번 해볼 만한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2년 선수 은퇴 이후 2013~2014년 한화 작전주루코치, 2015~2018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2019년 LG 2군 총괄코치, 2020년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연수, 2021~2013년 LG 1군 작전코치와 2군 타격코치, 퓨처스 감독, 1군 주루코치, 국가대표 주루코치를 거치며 여러 경험을 쌓았지만 KIA와는 좀처럼 연이 닿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 LG에 사표를 던진 이 전 코치는 미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연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거가 된 아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뒷바자리 차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1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이 전 코치는 “감독이라는 가장 큰 꿈이 있다. 조금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연수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언젠가 한번은 보고 싶은 ‘KIA 감독 이종범’이라면 어쩌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지난해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 사태에 이어 2년 연속 프런트·현장의 수장들이 연이어 비위를 저지르면서 KIA 구단 이미지에는 너무나 큰 흠집이 났다.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팀 전체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부정적인 이슈를 흡수하며 충격을 완화할 만한 강력한 인물로 이종범만한 카드가 없다.
물론 이 전 코치도 감독으로는 아직 어떤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타이거즈 레전드이지만 팀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어 내부 선수단 파악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KIA 색채가 강한 레전드로 혼란의 팀을 수습할 수 있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은 확실하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다잡는 즉효약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KIA 사령탑은 전신 해태 시절부터 시작해 1982년 김동엽 감독, 1983~2000년 김응용 감독, 2001~2004년 김성한 감독, 2005년 유남호 감독, 2006~2007년 서정환 감독, 2008~2011년 조범현 감독, 2012~2014년 선동열 감독, 2015~2019년 김기태 감독, 2020~2021년 맷 윌리엄스 감독, 2022~2023년 김종국 감독으로 총 10명이 있었다. 무려 18년간 장수한 김응용 감독을 제외하면 누구도 5년을 넘기진 못한 자리다.
타이거즈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김성한, 서정환, 선동열, 김종국 4명이 있다. 최고 레전드 선동열 감독이 고향팀에서 3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 후 2년 재계약을 했다 여론 역풍을 맞고 사퇴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이종범 코치가 감독이 되는 것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모든 야구인의 꿈은 감독이고, 기회가 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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