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눈치 안보고 맘껏 도전”…일본 탐사선 달 착륙, 100점보다 더 부러운 60점 [World & NOW]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4. 1. 3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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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생긴 미래창조과학부를 출입했을 때 일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일본 달 탐사선 '슬림(SLIM)'이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과 옛 소련,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에 일본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달 착륙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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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사업은 종합예술 경지
기초과학 실력 없이 불가능
무주공산 우주 개쳑 하려고
전 세계가 달로 탐사선 보내
차근차근 준비해 성공한 日
정치 논리에 늘 매몰되는 韓
日 달 착륙 60점이라 하지만
백점 보다 더 부러운 낙제점
달에 거꾸로 착륙한 일본 달 탐사선 슬림 모습. 착륙 몇 시간 만에 가동이 멈췄지만 태양전지판에 태양이 비추면서 동력이 살아나 일부 가동이 재개됐다. [연합뉴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생긴 미래창조과학부를 출입했을 때 일이다. 새해 업무계획에 달 탐사 내용이 담겨 있어서 주의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달 궤도선 발사를 2017~2018년, 착륙선 발사를 2020년으로 기존보다 각각 5년 정도 앞당기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형 첫 발사체인 나로호가 두 번의 실패 끝에 세 번 만에 간신히 저궤도위성을 우주에 올려놓았을 때다. 우주 기술로 보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수준이다. 이런 아이를 5년 뒤에는 올림픽 육상선수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라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발사체와 달 착륙선은 다른 개념이지만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우주 기술은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당시 담당 공무원도 사석에서 “대통령 공약이라 우리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기를 당겼다”며 “우주 사업은 마라톤인데 대통령 임기는 단거리라 ‘안 되면 말고’ 식의 무리수가 항상 있었다”고 한숨 쉬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일본 달 탐사선 ‘슬림(SLIM)’이 달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과 옛 소련,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달 착륙 국가에 일본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착륙 과정에서 뒤집어지며 태양광 패널이 손상돼 오랜 시간 활동을 할 수는 없었지만, 착륙 지점 오차를 100m 이내인 55m로 줄인 ‘핀포인트 착륙’에는 성공했다.

이는 앞으로 착륙선을 달의 원하는 지점에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달에는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러한 착륙 기술이 가능해지면 달 표면의 수자원을 찾는 데 유리해진다.

일본 달 탐사선 슬림의 핀포인트 착륙에 환호하는 JAXA 직원들. [연합뉴스]
이런 기술적 성공에도 슬림 책임자인 구니나카 히토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과학연구소장은 “겨우 합격인 60점”으로 평가했다. 3가지 임무 중 2가지는 달성했지만 일몰까지 활동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의미에서다.

달 착륙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인데, 일본은 최소 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 무인을 넘어 유인 탐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일본 우주사업은 1969년 미·일 우주협정 체결을 기반으로 본격화됐다. 이어 여러 곳에 흩어진 우주 관련 사업을 통합해 2003년 JAXA를 설립하고, 2008년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JAXA를 총리가 직접 콘트롤하는 내각 직속 기구로 뒀다. 우리보다 더 극심한 관료제를 가진 일본에서 이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맘껏 일하라는 의미에서다.

이달 초 우리도 특별법이 통과돼 5월경 우주항공청이 본격 출범하게 된다. 출범 과정도 힘들었지만 층층이 쌓여 있는 시어머니를 볼 때 출범 뒤도 걱정이다. 정권 압력과 부처 이기주의 속에서 이들이 제대로 일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100점짜리 성공에도 60점으로 겸손해하는 일본이 마냥 부러운 이유다.

이승훈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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