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강행 이태원참사특별법 거부권…피해자 지원 강화·추모시설 짓는다(종합)

손덕호 기자 2024. 1. 30. 12: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지자체와 협의해 희생자 추모시설 건립
국무총리 소속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 설치해
범정부적 피해 지원 종합대책 마련
지난해 10월 20일 밤 12시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 모습. 방문객들이 클럽과 술집이 몰려있는 골목으로 향하고 있다. /조선DB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정부는 특별법 취지를 반영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족 지원을 강화하고 추모시설을 건립하며, 이태원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이 지난 9일 야당 단독으로 통과되어 정부에 이송됐다”며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이번 특별법안을 그대로 공포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 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정부가 의결한 재의요구안을 윤 대통령이 재가하면 이태원참사특별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야권 의석수가 3분의2에는 미치지 못해 이태원참사특별법은 폐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는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벌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원인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정부는 국회 국정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참사의 원인과 대응·구조·수습 과정에서 문제점이 밝혀졌고, 현재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결과 현재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한 23명이 기소되어 6명이 구속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했던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대해서는 “그간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법안에 규정된 특별조사위에 대해서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민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특별법에는 특별조사위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 만으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유가족과 피해자 여러분의 요청 사항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유가족과 피해자께서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재정적,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고,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수립해 추진한다. 국무총리 소속 ‘10·29참사 피해지원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피해 지원 종합대책과 세부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한다.

먼저 참사 이후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 지원한다.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신속하게 배상·지원을 하기로 했다. 유가족이 요구해왔던 희생자 추모시설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 결과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 퇴장했다. /연합뉴스

참사로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는 치유 휴직을 지원하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상 회복을 돕는다. 이태원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구조·수습 활동 중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지원대책도 만든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발생 후 1년여 동안 정부가 벌인 지원 사업도 상세히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 현장 추모시설 조성을 지원했고, 골목길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다. 또 통신사들과 협의해 유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혈육의 휴대전화번호를 간직할 수 있도록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일관되게 ‘정쟁’ 대신 ‘실질’을 지향해 왔다. 그것이 정부의 변치 않는 충심”이라며 “더욱 낮은 자세로 더욱 치열하게 같은 목표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