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도 비대면 허가...서류·CD 없이 의료기록 전송된다
비대면 진료 위해 의료법 개정
서류·CD없는 의료기록 전송도 가능
정부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던 비대면 진료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제도화한다. 당장 다음달 9~12일 설 연휴 기간에 누구나 시간·장소와 무관하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와 함께 그동안 주로 서류나 CD를 이용해야 했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의 환자 본인 진료 정보도 의료 기관 간 정보교류 활성화를 통해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30일 판교 제2테크노벨리 기업지원허브창업존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의료서비스 혁신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비대면 진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혁신을 일으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국민과 의사 모두 비대면 진료를 현명하게 이용하고 새로운 민간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면서 비대면 진료가 많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격 약품 배송은 제한되는 등 불평과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에 관해서 법 제도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계신다. 오늘 토론회에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들을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 시범사업 머물던 비대면 진료, 활성화 후 제도화까지
정부는 우선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던 비대면 진료를 보완·활성화하고, 이후 의료법 개정으로 제도적으로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팬데믹이 종식된 지난해 6월 이후에는 대면진료 후 6개월 이내의 환자나 65세 이상, 장애인 등 거동 불편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12월 시범사업을 보완하면서 현재는 휴일이나 오후 6시 이후 야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했다. 또 전체 250개 시·군·구 중 응급의료 취약지 98곳에 있는 환자 역시 초진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면 진료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이때는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속해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개선하는 한편, 국민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도화할 방침이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해 12월 중순 비대면 진료 보완 방안을 시행한 후 12월에만 진료 이용이 4배가량 늘었다”며 “육아 중인 맞벌이 부모님들을 만나 보니 휴일이나 야간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다만 한 달 이상 기간의 진료 인원이 파악돼야 정확한 효과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세부 통계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의료계와 약사 단체 등의 반발이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사고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반발해왔고, 현재 시범사업을 두고도 비대면 초진 진료를 사실상 허용했다며 주장하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도 비대면 진료 지침에 어긋나거나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약을 조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정경실 정책관은 이에 대해 “비대면 진료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약국이 전체의 36% 정도 된다”며 “약국에서 처방을 안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아는데, 약사단체 등과 협조해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현장의 혼란 등이 맞물려 실제 제도화까지는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 보다 쉽게 개인 건강정보 활용·공유할 인프라 보강
정부는 비대면 진료와 함께 개인 건강정보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 연계 의료기관을 지난해 8605곳에서 올해 9400곳으로 9.3% 늘려 전체 의료기관의 24%가 정보 교류에 참여하도록 한다.
교류 시스템에 연계된 병원 간에는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 각종 진료기록과 CT 등 영상 정보를 종이나 CD로 제출하지 않아도 병원끼리 온라인으로 공유하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영상판독 소견서 등 표준 서식이 약 70만건 교류됐고, 영상 정보는 약 38만건 공유됐다.
지난해 9월 가동한 의료데이터 중계 플랫폼 ‘건강정보 고속도로’ 참여 의료기관도 현재 상급 종합병원 9곳, 종합병원 13곳, 병의원 838곳 등 860곳에서 올해 1003곳으로 늘린다. 건강정보 고속도로는 환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의료 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전송하거나, 직접 내려받아 활용하는 의료 데이터 서비스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나의건강기록 앱’을 내려받아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현재 사용자 수는 약 20만명이다.
정부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제정해 오는 2026년까지 활용 가치가 높은 의료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대형병원 전체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환자 안전과 편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보건의료 데이터 투자 강화와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등을 통해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데이터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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