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이익 최소화”... 건설경기 불황에도 저가 수주 감행하는 건설사들

이미호 기자 2024. 1. 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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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굵직한 대형 사업장에서 경쟁입찰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 전략'으로 시공권을 따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은 낮은 공사비를 원하고 건설사들은 정해진 공사비 안에서 품질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공사비 자체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경쟁사와 비교해 파격적 조건에만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향후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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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촉진 2-1구역 성패 가른 ‘저렴한 공사비’
“향후 ‘증액 문제’ 부를 가능성도”

최근 굵직한 대형 사업장에서 경쟁입찰에 뛰어든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 전략’으로 시공권을 따내고 있다. 공사비 부담에 시름하고 있는 조합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향후 또 다른 공사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는 모습/뉴스1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7일 부산 시민공원주변 촉진 2-1구역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회사 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삼성물산은 3.3㎡당 969만원(총 1조3559억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3.3㎡당 891만원(총 1조3274억원)의 공사비로 입찰했다. 게다가 모든 사업비 전액을 무이자로 대여해주고, 사업촉진비(이주비 등) 124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이곳은 당초 시공사로 선정된 GS건설이 자재값 인상 등을 반영해 3.3㎡당 공사비를 987만2000원만원으로 제시하면서(조합측은 807만원) 결국 ‘시공사 계약 해지’ 상황까지 치달은 바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품질은 높이면서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 먹히지 않았겠냐”면서 “무엇보다 조합측이 과거 공사비 증액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있으니 이러한 것을 최대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가 수주 전략은 수도권 사업장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작년 말 안산주공6단지재건축 사업도 3.3㎡당 공사비 578만원을 써낸 포스코이앤씨가 대우건설(612만원)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대우건설은 대물변제는 물론 이주비로 5억원 지원을 내거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업계 이목을 끌었는데, 결국 조합측은 ‘더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한 쪽을 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파격적인 공사비를 제시한 GS건설이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조합측은 3.3㎡당 780만원을 제시했는데, GS건설은 718만원을 불렀다.

이처럼 사업성이 확실히 보장되거나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건설사들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저가 수주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사비를 낮춘 전략은 분명히 메리트가 있지만, 애초 공사비를 너무 낮게 잡았다가 원가 인상이 지속되면 추가 공사비 이슈로 조합과 부딪힐 소지가 높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건설 공사 비용은 3년 만에 30% 가까이 뛰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은 낮은 공사비를 원하고 건설사들은 정해진 공사비 안에서 품질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공사비 자체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경쟁사와 비교해 파격적 조건에만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향후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제 살 깎기’ 저가 수주경쟁으로 공사비가 부족하면 결국 재하도급, 편법 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건설업체 현장소장은 “노무비가 부족하면 내국인 대신 외국인을 고용하고 그럼 채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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