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시 오지 않을 이틀, 귀가 환호한 '원더랜드 씨어터'
라포엠 유채훈 '도깨비', '미스터션샤인' OST 선보여
정선아→신영숙, 뮤지컬 넘버로 화려한 무대
(MHN스포츠 전민서 인턴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보컬들이 '원더랜드 씨어터(Wonderland Theatre)'에 모였다.
지난 27, 28일 양일간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원더랜드 씨어터 2024'가 총 3회에 걸쳐 공연됐다. 이번 '원더랜드 씨어터'에서는 국내의 쟁쟁한 보컬들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크로스오버 무대를 진행했다.
제1악장은 팬텀싱어4에서 자웅을 겨뤘던 크레즐(조진호, 임규형, 김수인, 이승민)과 포르테나(이동규, 오스틴 킴, 서영택, 김성현)가 꾸몄다.
크레즐과 포르테나는 팬텀싱어에서 창했던 곡과 팀별 발매곡, 커버곡 등을 부르며 콘서트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포르테나가 지난해 8월 발매한 'Miracle'과, 크레즐이 팬텀싱어4에서 선곡했던 마이클 부블레의 'Higher'가 기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한편 두 팀은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와 레이디 가가의 'Bloody Mary' 등 유명 곡을 커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Bloody Mary'는 크레즐의 김수인과 이승민, 포르테나의 이동규와 김성현 네 명이 콜라보해 색다른 커버 공연을 선보였다. 노래 콘셉트에 맞춘 붉은 조명, 공연장을 꽉 채운 웅장한 노래와 함께한 안무까지 새로운 멤버의 조합으로 관객이 잊기 힘든 무대를 만들었다.
이 무대에서 카운터테너 이동규의 천장을 뚫을 듯한 고음은 중반부 인이어가 작동하지 않았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원더랜드 씨어터 1악장에서는 평소에도 친밀한 관계에 있는 크레즐과 포르테나 양 팀이 이번 크로스오버 공연을 통해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제2악장은 팬텀싱어 3의 유채훈, 김바울, 뮤지컬배우 카이와 고훈정이 출연했다.
라포엠의 유채훈은 솔로 무대로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박효신의 '그날', 강산에의 '이구아나' 등을 커버하며 노련하게 호응을 유도해 관객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고훈정과 카이가 부른 뮤지컬 넘버도 관객 찬사에 힘을 보탰다. 고훈정은 뮤지컬 '더데빌'의 '피와 살', 카이는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실제 뮤지컬 현장처럼 연기하며 깊은 감정선을 보여줬다.
앵콜곡으로는 팬텀싱어 올스타전 2에서 유채훈, 김바울, 고훈정 등이 부른 'Luna'에 카이가 함께 참여해 대미를 장식했다.
대망의 3악장은 국내 여자 뮤지컬배우로 활약하는 정선아, 장은아, 신영숙, 박혜나 4인이 출연했다.
24년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선아의 뮤지컬 'Always starting over'(이프덴)부터 박혜나의 'Defying gravity'(위키드)까지 감동적인 솔로 무대가 이어진 가운데, 4인의 배우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열창해 울림을 줬다.
특히 3악장의 셋리스트는 평화의 전당을 찾아온 뮤지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명곡들로 구성돼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엑스칼리버'의 '아비의 죄'를 선곡한 장은아는 특유의 기교와 함께 어렵고 강렬한 넘버를 깔끔하게 완곡해 공연 초반 무대를 뜨겁게 달궜고, 신영숙은 현재 공연 중인 '레베카'의 '레베카'를 부르며 댄버스 부인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정선아가 부른 '너의 꿈속에서' 또한 특별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대표 넘버 중 하나인 '너의 꿈속에서'는 극 중 캐릭터 앙리가 스스로 내린 결단을 앞두고 노래하는 곡이다.
앞서 정선아는 "남자 배우의 노래라 연습이 힘들었다"며 고충을 토로했으나, 정선아는 깊이 있고 탄탄한 가창력으로 정선아만의 '너의 꿈속에서'를 보여주어 신선함을 전했다.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어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고 밝힌 박혜나는 '데스노트'에서 사신 렘이 미사를 향해 노래하는 절절하고 애틋한 넘버 '어리석은 사랑'과 겨울왕국2 OST 'Into the Unknown'을 활동기 때와 다름없이 완벽하게 불러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와 뮤지컬 '맘마미아!'의 '댄싱 퀸'은 4인이 함께 노래했다. 특히 앵콜곡이었던 '댄싱 퀸'은 페스티벌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조명과 풍부한 밴드 사운드를 배경으로 해 공연의 마무리다운 무대를 보여줬다.
24년 '원더랜드 씨어터'는 실력이 검증된 국내의 뛰어난 보컬들을 한데 모아 관객들에게 그들의 공연을 동시에 관람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평소 같은 가수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없는 셋리스트를 선곡했다는 것과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을 꾸렸다는 점도 공연의 가치를 더한다.
나무랄 데 하나 없는 실력으로 관람객의 듣는 귀를 청정하게 했던 노래와 퍼포먼스를 다시 감상할 수 있을까. 다음 시즌의 원더랜드 페스티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사진='원더랜드 씨어터' 포스터, '원더랜드 씨어터'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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