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판 출석했어도 패소했다? ‘불출석’ 권경애 쪽 책임 부인

소속 법무법인도 “몰랐다” 책임 부인

권경애 변호사. 유튜브 채널 금태섭티브이(TV) 갈무리

학교폭력 소송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유족을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의 소속 법무법인이 “권 변호사는 사실상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해왔고, 구성원 변호사에게 사건처리를 부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권 변호사와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책임을 부인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권 변호사는 자신의 재판 불출석은 인정하면서도, ‘출석했어도 패소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했다.

권 변호사가 소속됐던 법무법인 해미르의 법률대리인이 지난 22일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권 변호사는 구성원으로 가입한 2017년 11월6일부터 2023년 4월5일까지 법인 쪽에 ‘대신 법정에 출석해달라’는 등의 ‘복대리’ 부탁을 한 바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통상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할 수 없을 때 다른 변호사를 복대리인으로 선임해 ‘대리 출석’을 시키는데, 이런 요청이 한번도 없었다는 뜻이다.

해미르 쪽은 또 “권 변호사는 마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처럼 모든 업무나 회계 등을 독자적으로 처리했고, 직원을 별도로 채용해 보수를 지급해왔다”며 “사건처리에서도 자신이 수임한 모든 사건에 관해 자신만 담당 변호사로 지정해 사건을 처리했고 다른 구성원 변호사들은 권 변호사가 처리하는 사건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재판 불출석 패소에 대한 책임이 법무법인으로 옮겨올 것을 우려해 책임 소재가 ‘권 변호사 개인’에게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호사법에선 ‘담당 변호사는 지정된 업무를 수행할 때에 각자가 그 법무법인을 대표한다’고 규정해, 법인도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긴 어려운 면이 있다.

같은 날 권 변호사 쪽 법률대리인도 준비서면을 내고 “피고(권 변호사)가 항소심 취하 간주에 이르는 잘못을 하긴 하였으나 재판의 패소가 피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학교폭력 피해자 고 박주원(사망 당시 16살)양의 어머니 이기철(57)씨는 지난해 4월 권 변호사의 재판 3회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패소한 사실이 알려진 뒤, 권 변호사와 소속 법인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위자료 1억원 등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권경애씨와 법무법인 해미르 모두 재판이 빨리 끝나서 잊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책임과 잘못을 계속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