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선발' 늘리면 'B→A등급'으로…사실상 의무화
25% 이상 뽑으면 10점 가점…"무조건 평가등급 올라가"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전공자율선택)으로 뽑아야 재정지원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평가점수에 최대 10점의 가점을 부여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무전공 25% 선발 의무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두 사업 예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인센티브) 비중도 크게 올랐다.
전국 117개 사립대를 지원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서울대·인천대·서울시립대 포함)은 8852억원 가운데 50%인 4410억원, 37개 국립대를 지원하는 국립대육성사업은 5722억 가운데 60%인 3426억원이 인센티브다. 전년도에는 인센티브 비중이 각각 30%, 40%였다.
대학당 평균 지원금으로 보면, 대학혁신지원사업은 한 대학이 받을 수 있는 75억4000만원 가운데 37억7000만원이 인센티브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은 154억3000만원 가운데 인센티브가 92억6000만원이다.
성과평가에서 교육부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교육혁신 성과' 영역의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다.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한 후 진로 탐색 과정을 거쳐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정책 목표다. 교육혁신 성과 영역은 100점 만점에 80점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 고3이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수도권 사립대는 20%, 국립대는 25% 이상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순수·기초학문 고사, 졸속 추진 등 이유로 대학이 반발하자 이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올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전공 선발 등 학생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진입조건'으로서의 무전공 선발 비율은 철회했다. 또 대학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전공 선발 비율을 계산할 때 예체능이나 종교계열 학과 등을 대학이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무전공으로 정원의 25%를 선발하는 대학에는 10점의 가점을 주기로 하면서 대학가는 사실상 의무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00점 만점에 10점을 가점으로 받게 되면 평가등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 정원의 5% 이상 10% 미만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가점(4점)을 받을 수 있다.
정성평가로 실시하는 성과평가 결과는 S(95점 이상) A(90점 이상 95점 미만) B(80점 이상 90점 미만) C(80점 미만)로 구분한다. 지난해 성과평가에서 등급별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S는 95.9점, A는 92.7점, B는 85.8점, C는 77.9점이었다.
지난해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하면 B등급을 받은 대학이 정원의 25%를 무전공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10점의 가점을 받으면 95.8점이 된다. B등급에서 A등급은 물론 S등급까지 노려볼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고 10점의 가점을 받으면 무조건 등급이 올라가고, (무전공 선발 비율에 따라 부여하는) 일정 점수를 받으면 등급 하나 정도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6년째 이어지는 등록금 동결 정책 때문에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서는 최대한 인센티브를 많이 받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가점을 준다는 것은, 무전공을 많이 뽑으면 돈을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이라며 "자율에 맡기는 게 아니라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년제 대학 135곳을 대상으로 '무전공 선발'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무전공 선'을 운영 중인 대학 61개교 중 77%(47개교)가 무전공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운영하지 않고 있는 74개 중에서도 77%(57개교)는 '도입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일반재정지원은 일정한 여건이 되는 대학에 조건을 따지지 않고 포괄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진입 장벽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가점을 준다는 것은 결국 돈을 갖고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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