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거래 핸드폰 몰수 파기환송…대법 "사적기능 더 커"

1~2심서 핸드폰 몰수 결정…대법, 파기환송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마약 거래에 사용된 핸드폰이라도,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의 기능·가치가 더 클 경우 몰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대마)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핸드폰을 압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을 비롯한 몰수의 실질적 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는 지난 2020년 3월24일 부산 기장군 내 본인의 주거지 앞에서 대마 2g을 택배 서비스를 통해 교부 받아 하루 뒤 새벽에 본인의 주거지에서 수수한 대마 중 1g을 흡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외에도 그는 필로폰 약 0.07g을 물과 희석해 투약하기도 했다.

1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40만원, 압수된 아이폰XR 핸드폰 1대를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핸드폰 압수는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몰수됐다. 해당 조항은 지난 2006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이라 함은, 가령 살인행위에 사용한 칼 등 범죄의 실행행위 자체에 사용한 물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범죄행위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한 제공된 물건에 포함된다'고 해석된 바 있다.

피고인은 자신의 핸드폰이 몰수된 것에 대해 항소했다. 해당 핸드폰은 필로폰 수수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핸드폰에 촬영된 사진이 이용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범행에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한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몰수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해당 핸드폰을 이용해 대마를 보내달라는 수 개의 메시지를 전송했고, 대마를 보냈다는 상대방의 메시지를 수신하기도 했다. 필로폰 수수 직전에도 해당 핸드폰으로 상대와 통화했다"며 "이 사건 핸드폰은 범행 수행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물건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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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기각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대마 수수·흡연 범행과 관련해 문자메시지를 몇차례 주고받은 것과 필로폰 수수·투약 범행과 관련해 1회 통화한 것이 전부"라며 "마약 등의 수수 및 흡연(투약)을 본질로 하는 이 사건 범죄의 실행 행위 자체 또는 범행의 직접적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사건 범죄와 관련헤 상대방과의 연락 수단으로 일시적 이용한 것일 뿐 이 사건 범행의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목적·수단·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개통한 것은 아니다"라며 "범죄와의 상관성은 매우 낮은 편이어서 해당 핸드폰을 다시 실질적인 범행의 목적·수단·도구로 이용해 동종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핸드폰은 비록 최초 압수 당시에는 몰수 요건에 형식적으로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수사 및 재판의 진행 경과와 이를 통해 밝혀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번 범죄 수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해당 핸드폰은 범죄와의 상관성·관련성보다 범죄와 무관한 사적 정보저장매체로서의 인격적 가치·기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몰수로 인해 피고인에게 미치는 불이익의 정도가 지나치게 큰 편이라는 점에서도 비례의 원칙상 몰수가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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