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지식으로 무장한 네이버 큐:와 '안방호랑이'란 덫 [IT+]
생성형 인공지능 둘러싼 경쟁 치열
네이버, 생성형 AI ‘큐:(Cue:)’ 선봬
챗GPT 열풍 비해 소비자 반응 싸늘
한국 연관 전문 지식 찾는 일에 특화
변호사ㆍ세무사 전문가 집단 긍정적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 낼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네이버는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Cue:)'를 선보였다. 소비자의 분위기는 '관심'과 '무관심'을 교차한다. 일반 유저는 다소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반면, 변호사ㆍ회계사ㆍ세무사 등 전문가집단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법ㆍ조문ㆍ용례 등 한국 관련 전문지식을 찾는 덴 큐:가 챗GPT보다 훨씬 유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큐:는 이런 강점을 살려 챗GPT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까.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오픈AI의 '챗GPT-4', 구글의 '제미나이' '바드' 등 생성형 AI의 후속모델이 연이어 공개되면서다. 이중에선 주간 이용자가 1억명에 이르는 챗GPT의 위상이 단연 높다.
오픈AI는 챗GPT-3.5, 챗GPT-4 등 한층 고도화한 후속모델을 론칭하면서 글로벌 생성형 AI 산업을 이끌고 있다. 오픈 AI는 올해 안에 추론 능력을 추가한 챗GPT-5를 공개할 예정이다.
반면 챗GPT의 대항마로 등장한 네이버의 '큐:(Cue:)'는 이렇다 할 화젯거리가 없다. '큐:'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구축한 생성형 AI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면서 큐:를 론칭했고, 두달 후인 11월엔 PC 통합 검색에도 적용했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냉온탕'을 오간다. 챗GPT의 열풍과 비교하면 일반 유저의 반응은 다소 차갑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곳도 있다. 변호사ㆍ세무사 같은 전문가 집단이 대표적이다.
전택윤 변호사(법무법인 서해)의 설명을 들어보자. "챗GPT는 간단한 사건들은 꽤 디테일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만, 한국어 기반이 아니다 보니 다른 나라 법이나 국제법들을 가져오는 등 대한민국 법하고는 틀린 얘기를 할 때가 있다. 반면, 큐:는 외국어로 외국법을 학습하는 AI와 다르게 한국어로 한국 정보들을 수집하니 향후 데이터가 쌓이면 훨씬 정교할 것 같다." 홍석구 정율 세무회계 대표 역시 "한국 기반의 내용, 특히 한국세법을 검색할 때 큐:가 훨씬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더스쿠프가 큐:와 챗GPT에 "법인세법 제98조의 6항의 내용은 무엇인가요?"란 질문을 똑같이 던져봤다. 챗GPT는 '현재 제공된 정보로는 2022년 1월 이후의 법률 개정사항을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인세법 제98조의 6항의 최신 정보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는 글을 남긴 채 먹통이 됐다.
반면, 큐:는 '외국법인에 조세조약상 제한세율을 적용하는 규정'이라고 답하며 법인세법 전문을 볼 수 있는 링크를 걸어 추가사항까지 안내했다. 한국과 연관된 전문지식을 찾는 일에선 챗GPT보다 큐:가 훨씬 더 친절하고 유능하단 거다.
김명주 서울여대(정보보호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챗GPT는 일반적으로 공개된 한국의 데이터나 옛 데이터를 주로 학습한다. 반면, 큐:는 상대적으로 최신 데이터를 검색하니 전문가 집단에서 도움이 된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큐:는 복잡하고 긴 질의를 대화하듯 입력해도 최신 정보로 이뤄진 맞춤 콘텐츠를 추천한다. 자동완성 서비스로 제공되는 '큐: 추천 질의'를 통해 다음 질문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홍석구 대표는 "단순히 대답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지식과 콘텐츠를 많이 추천하는 것도 큐:의 차별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평했다.
그럼 큐:가 챗GPT보다 한국 내 정보를 가져오는 역량이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큐:의 기반인 하이퍼클로바X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 더 학습했고, 한국 뉴스와 3300만개에 달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여기엔 총 28억건의 글이 게시돼 있는데, 변호사ㆍ세무사들이 작성한 정보글도 많다.
이유는 또 있다. 큐:가 다른 생성형 AI와 달리 '학습 데이터'만을 활용하지 않는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 결과'를 통해 답변을 추출해낸다. 큐:는 질문 배경 이해, 필요 정보 파악, 검색 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통해 답변에 필요한 문서를 확보하고 사용자에게 알맞은 결과를 가져온다.
네이버 관계자는 "큐:는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이해한 후 네이버 안에 있는 콘텐츠들을 검색해 보여준다"며 "네이버가 구축한 생태계의 한글 정보풀 자체가 넓기 때문에 가져올 수 있는 결과들의 풀도 넓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장점은 언제든 단점으로 뒤바뀔 수 있다. AI를 내수사업에만 한정하면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어 연산 능력만 뛰어난 거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안방호랑이'라는 네이버의 약점과 맞닿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국적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큐:는 과연 안방을 넘어 해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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